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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슬픈 대호' 배우 문천식 |
찜통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오후, 배우 문천식(35)을 만났다. 소극장 연극 무대 위에 서겠다는 말에 부인은 “대단한 용기냈어, 그런데 돈을 조금 주는 게 맞나 보구나” 라고 말했다고 한다. 동료 연예인은 “연극을 왜?”라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문천식은 ‘왜 연극하면 박수를 받을 수 없을까?’라는 진지한 화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 ‘슬픈 대호’ 그리고 ‘슬픈 문천식’
오는 8월 1일부터 9월 2일까지 아트원씨어터 3관 무대에 오르는 연극 ‘슬픈 대호’(작, 연출 민복기)는 ‘이것이 차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극단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인먼트가 함께 만드는 합작연극프로젝트이다. 두 번째로 연극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가 이어진다.
홈쇼핑 GS샵의 간판 프로그램 ‘총각네’에서 메인 자리까지 꿰차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코미디언 문천식이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2006년 ‘아트’ 이후 소극장 연극은 2번째다.
“부업이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업에만 이렇게 빠져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본래 희극인의 자리로 돌아왔어요. 그래서 행복한데 본업의 수익이 많지 않아 부업도 신경을 써야 해요. 부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것. 그게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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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배우 문천식 ©정다훈 기자 |
생계유지·자아실현·사회봉사의 3박자를 그 누구보다 힘차게 외치고 다니는 문천식 다운 발언이다.
“영화에서 봐도 알 수 있듯 미국은 군인에 대한 위상이 높잖아요. 국가를 위해 희생했다는 의미로 박수도 받죠. 러시아에서는 국가적으로 월급을 주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연극이 나라를 지켜주는 건 아니지만 기초 예술이자 이 시대 거울의 역할을 하는 연극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왜 박수를 받을 수 없는 거죠?”
문천식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고,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어’ 연극 무대를 택했다고 말했다.
“주변 연예인 동료가 연극 무대에 서겠다고 하면 정말 밥 한번 사주면서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소극장은 배우가 되려면 한 번쯤 와봐야 하는 곳이거든요.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한달간 공연하면 객석이 꽉 차도 6천명 정도밖에 제 연기를 보지 못해요. 드라마나 영화 혹은 예능 프로의 파급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죠. 하지만 6천명, 그들로 전 충분해요.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내요.”
■ ‘소시민이자 소심인’ 강대호로 변신
연극 ‘슬픈 대호’는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무작정 테러를 저지르는 순정낭만테러범 심대호와 그에게 인질로 잡힌 여린 감성과 과민성대장염의 소유자 강대호가 주인공이다. 이름처럼 비슷한 운명을 지닌 두 남자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리고 있다. 문천식은 빚에 시달리며 시계방을 근근이 운영하는 인생막장 40대 가장 강대호 역으로 분한다. 스톡홀롬 증후군(인질이 인질범한테 동화되는 것)도 내비친다.
“‘강대호’는 정말 착하고 부지런한 인물이에요. 빠르고 약삭빠르게 돌아가는 이 시대에 정말 있을까 싶지만 분명 있는 인물이죠. 2012년을 살아가면서 성실함과 부지런하다는 것만으로 세속적인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거죠. ”
문씨는 강대호는 ‘소시민이자 소심인’이라고 설명했다.
“나름 숭고한 가업을 물려받고 세상에 피해 끼치기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은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요. 연극을 보고 돈 없고 빽 없으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나 걱정이 되는 점도 있어요. 하지만 정치인이 잘 해줬으면, 소시민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도 담겨 있구요. 연극 속에 그런게 잘 녹아있어 하는 배우도 보는 관객도 대리만족을 느끼실 수 있을 듯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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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배우 문천식 ©정다훈 기자 |
배우 이중옥과 공상아와 함께 합을 맞추는 연극 ‘슬픈 대호’는 웃지 못할 현실에 풍자와 유머, 코믹을 불어넣어 웃게 만드는 블랙코미디이다. 다시 말해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연극을 보며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연극이다.
‘희극인이 블랙코미디를 하겠다는 건데. 왜 연극을 하느냐? 이런 질문은 아닌거죠.’라며 본격적인 대화에 나섰다.
“처음엔 배우 평이 먼저 나오겠죠. 텔레비전에서 볼 때와 달리 얼굴에 점이 있내. 팔을 어찌할 지 모르는 배우내 등등 이런 표피적 관심이 먼저인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그러다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신 관객들은 열심히 사는 배우구나. 내가 고민했던 문제를 함께 고민했었구나 라고 박수쳐주세요. 그 맛을 절대 잊을 수 없죠.
훌륭한 코미디언이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가 이번 연극이에요. 비빔밥에 비유하자면 아직은 역부족일수도 있어요. 배테랑 연극배우들이 12가지 재료의 맛을 하나 하나 잘 살려낸다면 전 7~8가지 정도의 맛밖에 나지 않을수도 있으니까요.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평가는 관객이 쥐고 있겠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MBC 10기 공채 개그맨이기도 한 그는 공식적인 연극무대는 ‘아트’ 외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단 2작품 뿐이다. 그럼에도 아마추어로서 고등학교 문학의 밤, 교회에서 하는 성극 및 콩트에 다수 출연해 무대 울렁증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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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슬픈대호' 배우 문천식, 공상아, 이중옥 |
■ ‘웃음’에 대해 예민한 남자 문천식
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문천식은 일주일에 1권~2권은 꼭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1년에 100권 이상씩은 독서를 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이라고 했다.
“김교수가 강연의 밑천이 떨어져 일본으로 건너간 이야기,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는 솜씨 좋은 이야기꾼도 내공이 떨어진다는 점등이 흥미로웠어요.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 책으로 행복한 일주일이 됬내요. 배우로서 여러 센스를 갖추기 위해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세상의 창인 인터넷도 틈틈이 탐색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코미디언들은 웃음에 대한 감각도 남다를 것 같다.
“같은 배우라도 한 없이 진지하기만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 없이 웃기기만 하는 사람이 있어요. 교양을 쌓지 못한 채 가벼운 웃음만 던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 다른 희극배우보다 웃음에 대한 감각은 예민한 편이에요. 저의 자긍심이기도 하죠. ‘웃음=공감대’ 잖아요. 가끔 좋은 소스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장에 메모를 해 놓는 편입니다.”
문씨는 ‘코미디언’ 네 글자가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바램도 전했다.
“코미디언으로서 출중한 아빠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열심히 살았던 코미디언 아빠로 기억되고 싶어요. 아직은 5개월 밖에 안 된 아들이지만 포스터를 보여주며 ‘젊었을 적에 아빠가 즐거워하고 옳은 일에 매진했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어요. ‘포스터 한 장 그게 뭐라고’ 이럴 수도 있지만 젊은 열정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구나. 이런 사실이 중요한 거죠.”
다소 딱딱하게 진행되던 인터뷰는 후반 ‘연극에 대한 미스테리’를 토로하던 부분에서 다소 부드러워졌다.
“1만원 이하면 스펙타클한 영화를 볼 수 있고, 그것도 아니면 편한 안방에서 공짜로 드라마도 볼 수 있는데, 3만원이라는 큰 돈을 내고 소극장을 찾아오는 적극적인 관객들이 있어요. 어찌보면 미스테리 일 수 있지만 참 고마워요. 예술인들에 대한 장려금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런 관객들이 나름 선각자인 것이죠.”
웃음의 공감대를 나눠 가진 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개그맨에 대한 편견이 없을 수 없겠죠. 전 ‘제가 출연하는 연극 티켓 값 3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을거다’ 이런 말은 못하겠내요. 조금은 아까울 수도 있을거에요. 단 예술에 대해 노력하는 배우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