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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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총기난사 현장에서, 여친 몸으로 막고…

미 콜로라도 주 오로라 지역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27일 영화관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꽃이 놓여있다. 지난 20일 새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상영 중 총기 난사로 1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24살 제임스 홈스로 밝혀졌다.
콜로라도 극장 총기난사 현장에서 몸으로 여자 친구를 막아 보호한 뒤 자신은 세 발이나 총알을 맞고 숨진 매트 매퀸(27)의 장례식이 28일 오전 매퀸의 고향인 오하이오 서부의 한 마을 교회에서 엄수됐다.

일주일 전 12명이 살해된 콜로라도 덴버 교외의 영화관 총기사건의 피해자들의 장례식은 이번 주부터 시작돼 다음주까지 예정돼 있는데, 주말을 맞아 거행된 매퀸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교회를 꽉 채웠다.

무릎에 총을 맞았지만 목숨을 건진 여자친구 사만다 요울러는 장례식에서 마구잡이 인명살상을 비난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 총기를 너무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목사의 설교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매퀸의 가족들은 요울러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이었으며 평생의 사랑이었다고 증언했고,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그녀의 생명을 구한 매퀸을 의인으로 추모했다.

매퀸의 외삼촌이기도 한 허브 세퍼 목사는 "영화관에서의 총격 살인으로 앞으로 우리들의 인생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고, 배트맨에 대한 생각도 그 전과 달라질 것이다. 배트맨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매퀸의 억울한 죽음을 연상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는 스포츠 저널리스트였던 제시카 가위(24)의 장례식이 거행됐다. 그녀의 오빠는 "그 살인자가 이 정도의 증오심으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면 우리가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모아서 얼마만큼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지 상상해봐야 한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에너지가 넘치고 발빠르며 터프한 기질도 발휘했던 빨강머리 스포츠기자 제시카는 공교롭게도 지난 6월2일 일어난 캐나다 터론토 쇼핑몰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에도 있었다. 2명이 죽고 여러 명이 부상당한 이 사건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를 깨달았다.우리 목숨이 언제 어디서 끝날지, 언제 우리가 마지막 숨을 쉬게 될지 알 수 없다"고 썼다.

콜로라도 총격 사건으로 매퀸과 가위를 비롯한 12명을 죽이고 58명에게 중상을 입힌 의대생 출신의 범인 제임스 홈스(24)는 30일 콜로라도에서 정식 재판에 회부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