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개정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따라 18일부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12세·15세·청소년불가 사전등급을 받지 않은 뮤직비디오는 온라인에 올릴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뮤직비디오는 방송용에 한해 방송사 자체 심의를 받았지만, 인터넷상에서 대가 없이 제공되는 뮤직비디오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사후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내렸으나, 이에 대한 심의 기준을 두고도 논쟁은 거세게 일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10년 32편, 2011년 130편, 2012년 현재까지 44편을 유해매체로 고시했다. 태연 ‘사랑해요’(폭력성), 박진영 ‘Kiss’(선정성), DJ DOC ‘나 이런 사람이야’(비속어), 가인 ‘돌이킬 수 없는’(자살 조장) 등이 19금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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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선정적인 뮤직비디오의 주인공 ‘미쓰에이’ 수지, ‘포미닛’ 현아, ‘티아라’ 지연. |
현재 가요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법 시행 몇 주 전에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의견 청취 한 번 없이 시행 한 달 전에 새 제도에 대해 알려왔다”며 “음악 관련 부서가 아니라 영등위를 관리하는 영상 부서에서 추진하면서 업계 목소리를 수렴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문화부 역시 “국회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라 집행기관에서는 운영의 효율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다. 영등위에서도 “예산 증액 없이 업무를 떠안아야 한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정된 영비법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형환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여성그룹 뮤직비디오의 선정성을 지적하며 국회의원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었고, 올 1월 김성동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했다. 가요 관계자들은 “두 의원 모두 19대에서 낙선했는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면서 “문화부와 영등위에서는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K-팝 일등공신에 족쇄, 한류에 찬물
K-팝 스타가 있는 연예기획사들은 이 제도가 갖가지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한국 정부의 압박에도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했던 유튜브와 정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국내 플랫폼 사업자 간의 차별 문제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찍어 P2P 사이트에서 공유하는 이용자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등급분류 의무를 위반한 국내 사업자는 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둘째는 해외 가수들이 제기할 역차별 문제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해외 뮤직비디오의 심사가 늦어지거나 기준에 대한 불만이 쌓였을 때 이것을 한류와 연결지으면 정말 골치 아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들 나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한국 가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반한류 심리를 부추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요계와 기관의 온도 격차는 크다. 박병우 문화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미성년 여성을 동원한 음악콘텐츠의 선정성 부분이 해소돼야 K-팝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가요계에서는 “국민적인 정서에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제작자와 레이블이 자율적으로 청소년에게 미칠 수 있는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공연윤리위원회가 해체된 지 14년이나 지난 오늘, 다시 공윤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해외 팬들이 등급분류가 붙은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문화부는 다음주 초에 등급분류 세부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며, 제도 시행 초기의 업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8일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