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9·여)씨는 9일 오전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올림픽 관련 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선수들을 깎아내리는 ‘악성 댓글’이 눈에 띄게 많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격려는 못해줄망정 험한 말로 사기를 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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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훈 선수(태권도 남자 58kg 이하)의 은메달 획득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자료:인터넷 캡처 |
이날 오전 은메달을 딴 이대훈 선수(태권도 남자 58kg 이하)의 기사에는 격려보다 질타가 주를 이뤘다. ‘어떻게 국가대표에 뽑혔는지 보는 내내 답답했다’, ‘(대표)선발전은 제대로 치르고 나왔는지 의문이다. 초딩 겨루기하는 것 같았다’ 등 경기력을 문제삼는 글들이 이어졌다. ‘대훈이 파마 잘 나왔네. 미용실 차려 볼 생각 없나?’, ‘태권도 그만두고 아이돌이나 해라’는 등 경기와 상관없는 인신공격도 상당수였다.
부상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왕기춘 선수(유도)는 2008년에 이어 이번에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안 보인다고 악플 달지 마시고, 차라리 직접 한 대 때려 달라”는 말로 악플 자제를 부탁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는 등 맹목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몰상식한 댓글은 선수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16강전에서 탈락한 신종훈 선수는 ‘TV에서 설레발치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등의 댓글 때문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왜 눈치를 봐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일부 네티즌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대다수는 ‘비난을 자제하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악플은 달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오현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