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체력부담 투지로 극복… 승리 이끌어”

김호 前미국월드컵 감독 관전평
우리 선수들 정말 잘 싸웠다. 앞서 여러 경기로 지친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끝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쉽게 역사를 새롭게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조직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왔는데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체력 부담에 따른 컨디션 저하를 드러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똑같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었지만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투쟁심을 살린 점이 승패를 갈랐다.

공격에서는 박주영이나 구자철 모두 개인 능력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측면에서 공격하는 사람이 위력적이어야 득점 찬스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했다. 상대 수비 조직력이 좋았다면 득점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중원에서는 일본의 컨디션 저하가 두드러졌다. 예선에서는 일본이 간결한 패스와 빠른 몸놀림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상대를 파괴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러나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중원 운용 스케일이 큰 편인데 한 경기를 치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토너먼트를 치르면 체력 부담이 누적되는 단점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팀에는 구자철과 기성용 같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걸출한 선수가 중원을 이끌면서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경기력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한 경기만 치르는 상황이었다고 가정하면 조직력이 잘 갖춰진 일본이 유리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