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고빗길이 가로놓여 있다. 다음 고빗길은 패자를 포용하는 ‘라이벌팀’ 구성 여부이며, 그 다음 야권후보와의 한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고지를 무사히 점령하려면 박 후보가 고도의 정치 역량을 발휘하고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내 결속을 다져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 인사들은 “두 번째 고지 등정 과정에서 험난한 바윗길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캠프 내에서 인적쇄신 논란과 진용짜기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권력 투쟁이 한창인 것은 이를 입증한다.
박 후보는 조만간 이견을 봉합한 뒤 내부 조정 작업을 거쳐 진용을 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쪽을 다 손들어주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영입파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캠프 내 인적쇄신 요구를 접지 않을 경우 비박(비박근혜) 주자를 끌어안으려는 박 후보 전략은 근본적으로 헝클어질수 있다. 예컨대 박 후보는 조만간 당내 경선에 참여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협력을 요청할 태세지만, 김 지사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경질’을 요구한 바 있어 두 사람의 공존이 쉽지 않다. 이상돈 위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차원에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공천 불가를 공개적으로 주장, 감정의 골이 깊다. 박 후보가 이 전 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상돈 위원을 곁에 둔다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박 후보는 5년 전 경선에서 패배하자 이명박 후보에게 승복, 정치의 신기원을 이뤘다. 아름다운 패배로 기록되면서 정치적 자산을 더 탄탄히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에서 선대위원장을 제안했지만 박 후보는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며 거절했다. 이런 전례가 있는데 이번 경선 참여자들을 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요직에 영입하기 위해 선뜻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가 지킨 원칙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 지사 등의 감정전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들이 경선 과정에서 쏟아낸 어록은 없는 일로 치부하기엔 상당히 치명적인 내용들이다. 이 전 장관, 정 전 대표 측은 대선 과정에서 ‘백의종군’하면서 재기를 노리는 구상인 듯하다.
![]() |
| 1997년 대선에서 대표적 보수인사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왼쪽)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운데)와 손잡고 ‘DJP 연합’ 정권을 창출했다. 오른쪽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
백영철 정치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