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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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들] ⑧ 케네스 피셔

‘이단적’ 투자방식… 월가 최고의 전략가
주가수익비율 단점보완 주가매출액비율 개발
피셔 투자운용사 펀드·추천 종목 ‘놀라운 성과’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케네스 피셔(62)는 월가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손꼽힌다.

그는 성장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피셔의 둘째아들이며, 그의 아들 또한 투자전문가로 명성을 쌓고 있어 3대에 걸친 투자 명문가를 형성하고 있다.

피셔는 임업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압력으로 투자 세계에 뛰어들었다.

1973년 독립한 그는 도심 금융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림보존지구 인근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에 피셔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45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큰손으로 성장했다.

그 후 피셔의 수익률은 괄목할 만하다. 피셔 투자운용사의 글로벌 토털 리턴 펀드의 연간수익률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3.0%로 같은 기간 S&P500의 11.3%, MSCI 세계업종지수의 9.1%를 모두 앞질렀다. 또 포브스에 칼럼을 연재하며 추천한 종목은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수익률 11.7%를 기록해 같은 기간 S&P의 6.8%를 웃돌았다.

월가 최고의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케네스 피셔.
◆ 이단적인 투자전략가 케네스 피셔


케네스 피셔는 기존 투자방식에서 벗어난 ‘이단적’인 투자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투자 귀재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중시한다. PER는 주가를 이익으로 나눈 값. 투자액수 대비 이익이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많이 쓰이는 투자 판단의 지표다.

이에 비해 피셔가 찾아낸 색다른 방법은 바로 ‘매출’이다.

우량기업이라도 사실 이익은 해마다 등락이 심할 수 있다. 설비나 공장시설을 개보수하거나 미래이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연구를 하거나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하면 이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피셔는 PER의 단점을 뛰어넘기 위해 주가를 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주가매출액비율(PSR)을 개발했다. PSR이 낮은 기업일수록 성장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표는 PER나 주당순이익(EPS)과는 달리 미래의 매출액 성장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수익성보다는 미래가치가 중요시되는 벤처기업이나 국내 코스닥 등록기업의 평가에 유용한 지표로 평가받는다.

피셔가 PSR를 철저히 신뢰한 것은 그가 ‘사소한 결함’이라고 부르는 이익의 감소, 혹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 등으로 인해 잠시 주가가 ‘후퇴’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들이 결국 기업이 성숙해가는 과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업의 이익이 유동적이고 심지어는 마이너스라는 이유로 시장에서 관심을 잃고 구석으로 밀려난 기업들에 주목했다.

이익 자체는 변덕스럽지만 일류기업일수록 매출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셔는 저PSR 기업의 경우 매출이익이 조금만 올라가도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런 이익에 고무된 투자가가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하면 오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PSR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무파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실회사의 경우도 PSR이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우량주라면 PSR 이외에도 이익률과 부채비율, 이익성장, 잉여현금 흐름 등도 중요하다.

◆ 피셔의 종목 선정 방식과 끊임없는 혁신

존 리즈와 잭 포핸드의 ‘구루 인베스터(The Guru Inverstor)’에 따르면 피셔가 종목을 선정할 때의 기본적인 판단 기준은 ▲비경기순환주와 기술주의 경우 PSR이 3.0 이하일 것 ▲경기순환주의 경우는 PSR이 0.8 이하일 것 ▲총부채비율 40% 이하 ▲주가연구비비율 15 이하 등이다.

또한 초우량주를 선택할 경우 ▲PSR은 경기순환주, 기술주의 경우 0.75 이하, 경기순환주의 경우 0.4 이하 ▲인플레이션 조정 후 EPS 성장률은 15% 초과 ▲주당잉여현금 흐름 0 초과 ▲3년 평균 순이익률은 5% 이상이다.

그러나 피셔는 1990년대 이후 PSR을 버렸다. 저PSR 종목에 많은 사람이 몰려 시세차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그는 투자 스타일 자체를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대형가치주, 중형가치주, 소형가치주, 대형성장주, 중형성장주, 소형성장주 등 6가지 스타일로 분류해 시기적으로 유행하는 스타일을 따라가기 위해 보유종목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피셔는 전략의 70% 이상을 자산배분, 즉 투자자금을 주식과 채권, 현금 등에 어떻게 배분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정서적 요인 등 다양한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투자성공을 위해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끊임없는 혁신’과 ‘테스트’이기 때문이다.

유병철 세계파이낸스 기자 ybsteel@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