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이날 오전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 재단 인근에 도착했지만 재단으로 통하는 골목길이 시민단체와 쌍용차 노조원 등 60여명에 의해 막혀 있자 박계현 재단 사무국장과 간단하게 전화통화만 한 뒤 곧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이어 인근 `전태일 다리'를 찾아가 헌화했지만 역시 비난의 목소리만 들었다.
전태일 열사 유족들은 이날 박 후보 방문에 앞서 성명을 내고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족들과 시민ㆍ노동단체 인사들의 이 같은 거부는 일단 쌍용차 사태, 비정규직 문제 등 당면한 노동 현안에 대해 박 후보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태삼씨는 "이 나라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쌍용자동차 22명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부터 방문하고 분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박 후보가 5ㆍ16에 대해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발언에서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처럼, 그가 선친인 `박정희 시대'에 대해 갖고 있는 역사인식에 대한 이들의 문제제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후보가 역사인식을 `수정'하지 않고 국민대통합 행보에 나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인 것이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의원이 성명을 통해 "과거 5ㆍ16쿠데타와 유신, 군사독재에서 지금의 정수장학회까지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지금의 말과 행동은 그 진실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대선 화두로 내건 국민대통합의 행보를 앞으로 이어가려는 과정에서 5.16쿠데타 등 과거사 인식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강탈 논란이 일었던 정수장학회 문제, 박정희 시대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필요성 등이 부상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 대표적 공안 사건인 인혁당 사건과 관련, "박 후보가 유족을 빨리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는 청계천 6가의 '전태일 다리'에서 헌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한 남성으로부터 "독재자의 딸", "부끄러운 줄 알라", "어떻게 여기를 모독하느냐, 무슨 자격으로 왔느냐"는 비난을 들었다.
또 전태일 열사 분신 당시 청계피복노조 대의원이자 전 열사의 친구로 이날 박 후보를 다리로 안내했던 김준용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전문위원도 현장에 있던 한 남성으로부터 거친 욕설을 듣고 멱살을 잡히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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