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민대통합’ 행보가 28일 발목을 잡혔다. 전태일 재단 방문이 유족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태일 재단 근처에 도착했지만 재단으로 통하는 골목이 시민단체와 쌍용차 해고 노조원 등 60여명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는 인근 전태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려 했지만 또다시 가로막혔다. 수행원이 대신 놓은 꽃은 노조원의 발길질에 내동댕이쳐졌다. 주변에선 “무슨 자격으로 여기 왔느냐”, “열사 정신을 이런 식으로 모욕하지 말라”, “당신 혼자 이런 식으로 해봤자 소용없다”는 격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를 무표정한 모습으로 담담히 지켜보던 박 후보는 전태일 열사 분신 장소를 둘러본 뒤 자리를 떴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이 화해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단사 출신의 전태일 열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11월 ‘근로기준법 준수’ 등을 요구하며 분신해 ‘산업화 시대’에 희생된 노동자의 상징이 됐다.
이날 방문 무산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가 문전박대 당하더라도 그런(전태일 재단 방문) 모습을 국민들은 보기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에 대한 ‘동정여론’을 기대하는 뉘앙스다. 하지만 ‘이벤트’에 치중해 졸속으로 방문이 추진됐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너무 일방적인 통행이라서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전태일 열사 유족 말처럼 상대편과 충분한 상의 없는 밀어붙이기식 행보가 오만함으로 비친다는 지적이다. 이날 일정은 박 후보 측과 재단 사무국 사이에선 조율이 됐지만 유족들과의 협의는 없었다고 한다. 전태일 열사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가 과거에 박 후보와의 만남을 거부한 전례가 있고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의원이 민주통합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유족의 반발은 예상됐다. 그런데도 박 후보 측은 일정을 언론에 공개하고 강행했다. “유족들은 만나면 좋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해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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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6가 전태일 동상을 찾아 헌화를 하려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나기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