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음반을 발매했다. 송은지 정민아 휘루 한희정 오지은 지현 황보령 남상아 등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여성 음악인 15명의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이다. 여성의 인권과 삶에 대해 노래해온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을 제외하면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노래한 순수 음악인들이다.
이번 음반은 1년 전 소규모 아카시아밴드 송은지씨가 동료 가수들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3일 홍대 앞 씨클라우드 클럽에서 만난 송씨는 “처음 이야기를 했던 건 2006년 ‘릴리스의 시선’이란 모임에서였지만 홍대 앞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음악인이 늘어나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씨가 위안부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정신대 안 끌려가려고 일찍 결혼했다”며 손녀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할머니 덕분이었다. ‘처녀 공출’에 대한 공포는 당시를 살았던 여성에게는 잊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무관심한 현대인에게는 지나간 역사로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는 “할머니들이 한분 두분 돌아가시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음반을 내자”고 결심했다.
이들은 각자 작업해온 곡을 하나로 합치는 기계적인 협업이 아니라 1년간 꾸준히 토론하면서 음반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음반 제목도 결정됐다.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음반을 낸 정민아, 휘루, 송은지(왼쪽부터). 모두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다. |
음반 제목인 ‘이야기해 주세요’는 재미교포 차학경 작가의 ‘딕테’에 나오는 구절을 땄다.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마음을 담았다. 위안부 문제는 역사가 아니라 약자에게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오늘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 흐르는 노래가 바로 우리 음반이에요. 이렇게 들려주는 게 우리들의 역할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무관심한 일반인과 같았는데 곡 작업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노래를 통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정민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이들의 음반은 띠 두르고 목소리 높이는 운동권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레게, 삼바, 일렉트로니카, 포크, 팝 등 15인이 지금까지 들려준 서정적인 음악에 비판의식을 담은 가사를 은유적으로 입혔다. 음반·음원·공연수익은 모두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해 쓰인다.
글·사진=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