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9시께 김근 광주 광산경찰서장에게 중년남성으로부터 휴대전화가 걸려왔다.
성폭행 용의자로 공개수배된 김모(23)씨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성은 "자수하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정중하게 물었다.
김 서장은 진지한 목소리에 장난전화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자수나 자백을 하면 앞으로 처벌을 받는 과정에서 참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아내, 아들과 함께 35분 뒤 사건 발생 장소를 관할하는 광산경찰서 수완지구대를 찾았다.
김씨가 수배된 사실을 안 것은 어머니였다. 김씨의 어머니는 16일 오후 집 근처 편의점에 붙은 공개수배 전단을 보고 아들의 모습임을 직감했다.
김씨는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하다가 부모가 캐묻자 결국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개수배가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하게 한 셈이다.
군대에서 전역하고 아직 대학에 복학하지 않은 김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6일 이후 현장에서 2㎞가량 떨어진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찰은 시내버스, 도로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포착하고 동선을 파악했지만 신원은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체액과 광산구내 성범죄 우범자 120명의 DNA를 비교하고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광주 전체 경찰의 3분의 1이 넘는 1천100~1천200여명을 동원해 검문검색을 벌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공개수배와 대대적인 검문검색에 김씨가 압박을 느껴 자수를 결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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