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성폭행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군 내부에서 한 해 평균 2만 건 가까이 강간 등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상명하복의 엄격한 내부 규율 등으로 성폭행 가해자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미군 내부에 ‘소리없는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고 성폭행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군 사령부에 대령급 이상이 단장을 맡는 ‘특수 피해자 구제단’을 구성해 성폭행 문제에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미 국방부가 2010년 실시한 광범위한 조사에서 성폭행 사건은 매년 최소 1만9000건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가보훈처가 예비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여성 예비역의 20%가량이 현역 시절 겪은 성폭행 사건의 ‘외상후 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 의한 성폭행 쇼크에 시달리는 남성 예비역이 1% 정도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치르면서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신병을 충원했고 성폭행 전력자의 상당수가 군으로 편입됐다는 점이다. 미 해군보건연구센터가 2008년 익명을 전제로 한 조사에서 신병의 약 15%가 사회에서 성폭행 전력자이거나 성폭행 미수 등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인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군의 성폭행 사건은 특히 전쟁 지역에서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투 현장에서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감시 장치가 허술해 성폭행이 쉽게 일어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내셔널 저널 최신호가 보도했다. 미 육군이 실시한 조사에서 전투 현장에 배치돼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성경험을 했다는 응답 비율이 여군 25%, 남성 군인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군 내부 성폭행 사건 처리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자체적인 문제 해결 입장을 고수하면서 민간 기구 등 외부 기관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미군 내 성폭행 '심각'… 한 해 평균 '2만건'
기사입력 2012-09-19 14:36:14
기사수정 2012-09-19 14:36:14
기사수정 2012-09-19 14:36:14
대부분 가해자 처벌 흐지부지
패네타 국방, 구제단 구성 지시
패네타 국방, 구제단 구성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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