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우선 유로, 달러, 엔 등 주요 국제통화의 공급증가로 원화의 절상은 불가피하다. 이때 가뜩이나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이 더 줄어든다. 특히 주요 교역국이 환율전쟁을 일으키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7월과 8월 우리나라 수출은 각각 8.8%와 6.2% 감소율을 기록했다. 향후 수출이 더 감소하면 가까스로 2%대를 유지하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문제는 해외 부동자금의 유입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질렀다. 그만큼 외국자본의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뜻이다. 통화증발로 늘어난 해외자금이 대거 우리나라로 몰려오면 금융시장은 자금의 홍수로 투기거품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장기반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대규모의 국부유출을 허용하게 된다. 한편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부담이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서민경제가 추락해 경제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요즘 우리경제는 투자, 생산, 소비 3대 축이 모두 내리막이다. 설상가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 부실화의 위험이 크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국의 돈 풀기 전쟁은 우리 경제의 숨을 막는 재앙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일단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둘러 통화량을 늘리고 시중금리를 낮춰야 한다. 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해외자금의 과도한 유입과 환율의 급락을 막아야 한다. 이는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어책이다.
지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달째 동결해 3.0%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무제한적인 통화팽창정책을 펴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준금리 동결을 계속 고수하면 위기의 덤터기를 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실로 절실한 과제는 자금흐름의 개선이다. 우리나라 통화량(M2)은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넘었다. 이 중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이 640조원에 이른다. 언제든지 경제가 물가불안과 투기에 휩싸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해외부동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진다. 정부는 투자와 소비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부동자금이 생산적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해외자금도 투기가 아니라 투자의 재원이 될 수 있다. 상황이 긴박함에도 정부의 위기감이 부족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비상사태라는 인식하에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