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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멋·향의 조화… 茶는 음식이 아닌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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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소믈리에 웨이 레이가 말하는 차 마시는 요령
“한 잔 차(茶)로 곧 참선이 시작된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는 차와 선(善)이 하나로 통하는 경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차를 음미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국내에도 차 애호가가 늘면서 티(tea) 소믈리에 양성기관이 생기고, 티 소믈리에가 고객에게 차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해주는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도 많아졌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과 플라자호텔은 중식당에, 롯데호텔서울은 한식당에 각각 티 소믈리에가 상주하며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신라호텔도 내년 전면 리뉴얼 후 재개장 시점에 맞춰 중국차 티 소믈리에를 보유할 계획이다. 서울신라호텔이 중국의 명차(名茶) 서비스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초청한 상하이 최고 컨템포러리 차이니스 레스토랑 ‘왐포아 클럽(Whampoa Club)’의 티 소믈리에 웨이 레이(Wei Lei)를 16일 만나 좋은 차를 고르는 법부터 제대로 음미하는 요령에 대해 들어봤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용정차·보이차·우롱차·철관음차.
#차(茶)는 문화다


중국인들이 차를 물처럼 마시는 이유가 기름진 음식 때문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웨이 레이는 “중국 옛말에 ‘사흘 동안 밥은 굶어도 하루도 차를 안 마시면 못 산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중국인들에게 차는 음식이 아니라 문화”라고 강조한다. 중국에서는 술을 마실 때 잔이 비지 않도록 계속 따라주지만 차는 그렇지 않다.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실 경우 한 사람이라도 찻잔을 비우지 않으면 그 다음 차를 따라주지 않는다. 차의 맛과 향을 모두가 함께 음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보다 차를 많이 소비하는 중국인들은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의 성분과 영양소 등을 따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건강상태나 체질에 맞는 차를 찾기 위해서다. 와인 애호가들이 산지와 품종, 수확 연도를 따지듯 차도 “어느 산의 나무인가” “해발 몇 미터에서 딴 잎인가”를 체크한다.

그는 “열이 많은 사람은 녹차·우롱차·철관음차가 좋고, 반대로 몸이 찬 사람은 보이차·홍차 등의 발효차를 마시면 좋다”고 말한다.

재배 산지와 품종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고, 많이 마셔볼수록 제 맛을 알게 되고, 먹기 위한 음식보다는 즐기기 위한 문화라는 점에서 와인과 차는 많이 닮았다. 하지만, 코스마다 음식과 궁합이 맞는 와인을 마시는 것과 달리 차는 한 번에 여러 종류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차의 맛과 향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여러 가지를 마시기보다는 식전이나 식후, 혹은 식사 중이라도 한 종류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식전에는 재스민·국화차처럼 은은한 화차 종류로 미각을 깨워주고, 식후에는 깊은 맛이 나는 보이차 등의 발효차로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다만, 주 요리가 찬 기운이 강한 해산물이라면 몸을 데워주는 홍차가 낫고, 고기류를 먹고 난 후에는 위를 보호해주고 고기의 느끼함을 덜어주는 보이차가 좋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금훤차·운남보이차·우롱차·서호용정·노총 수선차·국화차·특급 운남보이차·극품 안계철관음·벽라춘·재스민차.
#좋은 차 선별부터 보관까지


차는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백차·황차·우롱차(청차)·홍차·흑차로 나누고, 국화차·민들레차 등의 화차(花茶)는 가공차로 분류한다. 녹차는 발효하지 않고 잎을 따자마자 200도의 고열에서 재빨리 볶아내며 용정차(龍井茶)·벽라춘(碧螺春) 등이 대표적이다. 찻잎이 푸른색이 도는 갈색인 우롱차는 반발효차로 철관음(鐵觀音)·무이암차(武易岩茶)·대홍포(大紅袍) 등이 있으며, 100% 발효한 차는 홍차, 발효 과정이 가장 긴 것이 보이차로 대표되는 흑차이다.

중국의 유명 컨템퍼러리 차이니스 레스토랑 ‘왐포아 클럽’의 티 소믈리에 웨이 레이.
차마다 보관하는 방법은 물론 맛있게 우려내는 물의 온도도 다르다.

특히 찻잎은 100도의 팔팔 끓는 물에 우려내면 안 된다. 웨이 레이는 “자고 있는 사람을 강제로 깨우면 피곤하고 힘들지만, 스스로 일어나면 기분이 상쾌한 것과 같다”며 “너무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찻잎의 세포보호망이 파괴되기 때문에 60∼80도에서 천천히 찻잎이 피게 해줘야 차의 영양소를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차에서 떫은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도 너무 뜨거운 물에서 강하게 우려냈기 때문이다. 적정 온도에서 우려낸 차에서는 은은한 콩의 향이 느껴진다.

녹차 계열은 85도 정도의 물로 한 번 우려낸 뒤 버린다. 흙이나 먼지 등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과정이다. 녹차는 6개월 이상 지나면 향이 날아가 버린다. 완전히 밀봉한 상태에서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살살 볶아내는 보이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향이 강해지고 맛도 깊어진다. 습도는 40∼70도, 온도는 20∼25도에 보관해야 한다.

가을에 따서 마시기 좋은 국화차는 60도의 물로 한 번 우려내고 다시 60도에서 우려내야 떫은맛이 없다. 1년 이내에 소비해야 한다. 2년이 지나면 향이 없어진다.

좋은 잎차는 어떻게 고를까.

웨이 레이는 좋은 차를 고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여러 색깔이 섞이지 않고 균일해야 하며, 잎 끼리 달라붙어 있으면 안 된다. 손으로 잎을 만져봤을 때 미미하게나마 탄력이 느껴져야 한다.

웨이 레이는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차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마셔보고 자기 주관대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면서 “판매자의 말에 현혹돼선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글 김수미, 사진 이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