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요체는 무엇인가. 논어는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박시어민(博施於民)!’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어 많은 사람들의 곤란을 구제하는 일이다. 그렇다. 진실로 국민의 뜻을 지키고자 한다면 어찌 허튼 짓을 할 수 있겠는가. 국리민복을 위한 공적 시간을 보내기에 촌음도 아까울 것이다. 춘추시대 제(濟)나라의 명재상 안자의 어록을 담은 안자춘추(晏子春秋)는 ‘애민(愛民)’, 곧 백성 사랑에 대해 이렇게 가르친다. “뜻은 백성을 사랑하는 일보다 더 높은 것이 없으며, 행동은 백성을 즐겁게 해주는 것보다 더 두터운 게 없다(意莫高於愛民 行莫厚於樂民).”
애민의 방법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경제를 발전시켜 백성이 배불리 먹고 즐겨 고복격양가(鼓腹擊壤歌)가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말이 있듯 정부가 만사를 다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고기를 잡아서 먹이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격언처럼 백성이 책을 보는 등 스스로 지식을 습득토록 하는 교육이 필수적이다. 회남자에 “무릇 책을 지어 논설을 펼치는 목적은 도덕을 올바로 다스리고 인간의 여러 일을 규획하기 위함이다(夫作爲書論者 所以紀綱道德 經緯人事)”고 한 바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국민의 문화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국가 대표 브랜드로서 성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글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백성의 불편을 해소해 주려는 세종대왕의 고귀한 애민정신에서 출발했다. ‘백성이 하늘(以民爲天)’이라는 애민정신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이 된다. 특히 그 창제 정신이 ‘자주, 애민, 실용’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받는다. 하늘, 땅, 사람(天地人)을 다 포용하는 고귀한 창제 정신과 더불어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에서도 뛰어나다.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이 국운 융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녹명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