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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수환 추기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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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 그려 기증한 오동희 화가
10월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서양화가 오동희(62)씨의 갤러리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오씨가 그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초상화 3점을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기증한 것이다. ‘바보의나눔’은 김 추기경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출범한 재단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추기경님은 종교를 떠나 우리 시대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잖아요. 2011년 홍익대 미술대학원 졸업 전시회를 할 때 활짝 웃는 추기경님 얼굴을 그렸는데, 천주교에서 그 작품을 좋게 보셨나 봐요. 2009년 선종 당시 쓴 공식 영정사진을 제게 보내 ‘초상화로 그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기꺼이 보람된 마음으로 기부했습니다.”

직접 그린 고 김수환 추기경 초상화 옆에 선 화가 오동희씨는 “사람 얼굴만 40년을 그렸지만 아직도 더 잘 그리고 싶은 욕심이 끝도 없다”고 말했다.
오씨는 40년 넘게 사람만 그린 인물화 전문가다. 수많은 얼굴과 표정을 접해 온 그의 눈에 비친 김 추기경의 특징은 뭘까.

“입과 코 사이의 인중이 매우 긴 편이죠. 인상 자체가 평화로워서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요.”

오씨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 실은 종교가 없다. 하지만 그가 초상화를 그린 사람 중엔 유독 종교인이 많다. 대한불교천태종을 창시한 상월(1974년 열반) 스님, ‘무소유’의 삶을 실천한 법정(2010년 〃) 스님 등이 오씨가 캔버스에 옮긴 대표적 종교인이다.

오씨는 “아무래도 종교인이 속세의 사람보다 더 깨끗하지 않으냐”라며 “내가 종교가 없어서 그런지 모든 종교에 개방적이고 편견도 없는 편이다. 절이나 성당에 가면 그냥 그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의 경우 생전에 찍은 사진은 많이 남아 있으나, 얼굴을 그린 초상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보의나눔’ 측은 “각종 행사 때 전시공간을 마련해 많은 이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