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10년간 그를 따라다닌 ‘미소년’ 이미지만을 떠올리며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라면 그의 망가지는 모습에 다소 놀랄 수도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 상황극인 영화에서 김재중은 망가짐을 자처했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인지라 고민은 좀 됐지만, 오히려 영화이기에 새로운 도전도 꿈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재중과 만났다. 첫 만남에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한국인 토종의 구수한 매력을 지닌 26세 청년의 모습이었다.
“많은 분들이 망가져서 의외라고 하시는데, 전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같은 소속사인 송지효씨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점도 좋았고요. 멋진 척도 해보고, 망가지기도 하고, 성질도 내고, 애교도 부리고… 신인배우로서는 ‘기회다’ 싶었죠.”
인터뷰 내내 “연기자로서 한 번에 올라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작품이라도 신인으로서 ‘얻을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처음부터 연기자를 꿈꾼 건 아니라는 그는 사람들의 선입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처음에 우연히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왠지 동료들에게 미안했어요. 전부터 배우가 되려고 준비한 멤버들 앞에서 대본 읽는다고 나서는 모습도 보여주기 싫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가 재밌어요.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한 편이었는데 다양한 연기를 통해 제 안의 ‘벽’을 허물고 싶었죠.”
잘생긴 아이돌스타의 입에서 ‘망언’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외모 콤플렉스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데뷔 후 제가 가만히 있어도 화났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쟤 인상 안 좋아서 싫어’란 말도 많이 들었고요. 그런데 해외에 나가면 다른 멤버들은 저를 제일 부러워해요. 개성 있게 생겨서 그런지 해외팬들은 절 더 좋아해주시거든요.(웃음) 그런데 저는 멤버들한테 ‘난 너희들이 더 부럽다’라고 말하고는 해요. ‘너희들은 우리가 태어난 나라에서 인기도 많고 안티팬도 별로 없잖아’라고요. 그런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낸 ‘껍질’들을 연기로 벗겨내고 싶은 마음이 컸죠. 시간은 얼마가 걸리든 상관없어요. 한 번에 잘할 자신도 없고요. 하나하나 천천히 과정을 밟아나가고 싶어요.”
그의 해명(?) 아닌 해명에 진솔함이 느껴졌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차가 되는 그지만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선입견을 깨기 위해 끊임없는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촬영장은 제게 안식처였어요. 밴보다 세트장 침대를 훨씬 좋아했죠. 진짜 모텔처럼 꾸며놓은 세트였는데, 거기서 제가 자고 있으면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스태프들의 배려가 느껴졌어요.(웃음) 우리 영화가 한정된 공간에 모여서 찍다 보니 모두들 가족처럼 편해졌고 친해졌어요.”
김재중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라며 ‘자칼이 온다’를 소개했다. 첫 본격 스크린 연기인 데다 아쉬운 장면도 많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가수는 실패를 자주 맛보면 한계에 부딪히기 쉬운 직업인데 반해, 배우는 어떤 작품이더라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게 참 매력적이다. 겸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김재중은 그런 연기의 매력을 빨리 깨달았다.
“연기는 음악을 제외하고 새롭게 나를 발전시켜나가는 활력소이자 자극제예요. 누구든지 한 가지 일만 똑같이 반복하면 나태해지고 거만해질 수 있잖아요. 새로운 뭔가가 내게로 와서 질책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는 느낌이랄까요. 하면 할수록 더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요.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자칼이 온다’는 지난 15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