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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렸다” 내연남 속여 수억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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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 여종업원·손님으로 만나
“영국에서 치료”… 몰래 결혼도
술집에서 일하다 만난 내연남에게 ‘병에 걸렸다’고 속여 수억원의 치료비를 받아 챙긴 여성이 유죄를 선고 받았다.

2006년 당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유명 요정에서 일하던 A(당시 28세)씨는 같은 해 5월 요정에 손님으로 온 세무사 B(당시 49세)씨와 처음 만났다. 빼어난 미모의 A씨는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만남을 이어가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B씨는 급기야 A씨에게 ‘내가 책임지겠다. 요정 일을 그만두라’며 생활비 조로 3년간 8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A씨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 ‘진짜 사랑’은 따로 있었던 것.

A씨는 진짜 애인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계획을 세웠지만 B씨의 후원을 포기하기도 아까웠다. 결국 A씨가 짜낸 묘안은 ‘불치병에 걸린 여주인공’ 흉내였다.

그는 2009년 6월 수원의 한 모텔에서 B씨에게 “위암에 걸려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영국 병원에서 치료할 치료비를 달라”고 거짓말을 했다.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B씨는 입원비 1000만원을 즉시 입금하고 며칠 뒤 2300만원을 다시 송금했다.A씨의 거짓말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영국으로 건너간 척하면서 비행기 값 카드결제, 수술비, 간병인 비용을 핑계로 3년간 77차례에 걸쳐 무려 2억1680만원을 받아 챙겼다. 그 사이 A씨는 결혼을 하고는 아이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

삼류 소설 같은 A씨의 범행은 거액의 뭉칫돈이 남편 계좌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B씨 부인이 A씨의 블로그를 찾아내 뒤지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A씨가 명문 사립대 학생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2단독 조규현 판사는 거짓말로 내연남에게서 수억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A씨에게 “피고가 초범이고 가로챈 돈을 변제하거나 공탁한 점을 참작한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