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구자가 마음 편하게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성과도 나오고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 탄생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본 기초과학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리켄)에서 유일한 한국인 종신연구원인 김유수(45·표면화학·사진) 박사는 이같이 말했다. 과학부문에서 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리켄에서 김 박사는 자신의 이름을 딴 ‘김 표면 계면과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김 박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도쿄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만나 이뤄졌다.
김 박사는 “일본 연구자는 굳이 유학을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이는 일본의 독특한 인재 육성 시스템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학부 4학년 때부터 연구실에 배속되고 가을이면 국내 학회에서 발표를 한다”면서 “박사과정까지 최소 6년 정도 같은 학회, 같은 세션에 참가하기 때문에 연구자의 성장 과정을 주위에서 모두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논문을 몇 편 썼느냐보다 어떤 잠재력이 있느냐를 더 따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몇 편의 논문을 쓴 연구자가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 지원한다. 채용하는 사람은 지원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실력이 우수해 논문을 많이 썼는지, 운이 좋았는지를 가리기 어렵다. 결과만 보면 유학파를 우대하는 분위기다. 젊은 연구자들이 너도나도 외국으로 떠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이유다.
일본의 연구자는 대체로 장기적인 연구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김 박사는 “일본은 길게는 5년 동안 연구비가 지원되고 계약직 연구자도 2∼3년 고용을 법으로 보장받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계약직 연구자는 매년 해고 불안에 시달린다. 김 박사는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젊은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도쿄=우상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