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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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장밋빛' 해외펀드…'회색빛' 국내펀드

입력 : 2013-01-13 17:31:15
수정 : 2013-01-13 1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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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경기 침체 전망…안전자산 선호 현상
주가 올리는 해외펀드…수익률 환율에 달렸다
지난해 국내 펀드시장의 화두는 ‘해외채권형펀드’였다. 상당수가 10%를 넘는 고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기반의 해외채권형펀드로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해외채권형펀드의 인기는 새해에도 일단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재정절벽 우려 해소, 중국 수출입 호조와 같은 호재가 이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최근 치솟고 있는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이 악재로 작용할 위험이 없지 않다.

◆해외펀드 수익, 국내펀드 눌렀다


지난해 해외펀드 수익률은 국내펀드를 압도했다. 주식형, 채권형 모두 그랬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해외펀드의 수익률은 주식형이 14.01%, 채권형이 13.46%였다. 국내펀드 수익률은 주식형이 8.33%, 채권형이 4.75%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같이 높은 실적은 지난해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신흥국과 유럽의 주식·채권시장에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해외주식형펀드 중에는 동남아주식형펀드 수익률이 21.61%로 가장 높았다. 급팽창한 글로벌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동남아 주식에 몰린 영향이 컸다. 나라별로는 태국 35.76%, 필리핀 32.95%, 싱가포르 19.68%, 베트남 17.69%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럽주식형펀드와 유럽신흥국주식형펀드도 각각 19.33%, 17.2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의 정책 공조와 공격적 유동성 공급이 이어진 덕분이다.

해외채권형펀드는 종목별로는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 관련 펀드 수익률이 높았던 반면 브라질 등 남미권 투자펀드들은 부진했다. 특히 채권형펀드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증권자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의 경우 20.91%의 수익률로 설정액 100억원 이상 해외채권펀드 중 1위를 기록했다. 

◆새해 인기 속 환율 하락이 변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새해에도 해외채권형펀드의 인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높은 실적을 기반으로 주식형펀드의 인기도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더디지만 글로벌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해외 주식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우호적인 환경이다.

다만 해외펀드는 환율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일반적으로 해외펀드는 달러를 통해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변동이 수익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은 1060원선마저 무너지며 하락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이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해외펀드의 ‘환헤지’ 여부다. 환헤지란 환율을 일정한 시점에 고정시켜 둠으로써 향후 환율 폭락이나 폭등에 영향받지 않도록 미리방어막을 쳐두는 것을 말한다. 환율 격변기에는 펀드의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현격하게 달라진다. 지난해에도 환헤지형 펀드와 환노출형펀드의 수익률 차이가 엄연했다. 지난해 해외주식형펀드 중 환헤지형의 1년 수익률은 14.67%, 같은 기간 환노출형의 수익률은 4.72%였다.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거의 10%포인트 차이가 난 것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환헤지형의 경우 7.90%인 데 비해 환노출형은 1.6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를 새로 가입할 때는 펀드의 환헤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똑같은 펀드라도 환율이 급변하는 시기에 수익률 차이가 많이 나는 펀드가 있다”면서 “펀드별로 100% 헤지하는 것과 일부만 하는 경우도 있어 환차익이나 헤지 비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단기투자의 경우 특히 환헤지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원화 강세 흐름이 올해 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 대상 통화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환헤지형이, 반대로 투자 대상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될 때는 환차익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노출형이 유리하다. 따라서 요즈음의 원화 강세기에는 환헤지형이 수익률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장기 투자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환율과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때는 환헤지를 하지 않거나 50% 미만 비율로 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