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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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총선 평가 보고서’ 267일 만에 공개

역량 부족·전략 부재가 패인
일각 “대선때 활용했더라면…”


속타는 민주 의총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맨 오른쪽)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총회를 지켜보고 있다.

허정호 기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비공개 회의에서 ‘4·11 총선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회람하며 대선 평가에 착수했다.

 지난해 총선 패배 직후 민주정책연구원이 작성한 평가보고서는 당 지도부에 의해 ‘밀봉’됐다가 작성된 지 267일 만에야 공개됐다. 보고서가 감춰진 이유는 엇갈린다. 민주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는 “작성 후 지도부에 보고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식 보고서로 채택하지 않아 사실상 폐기됐고, 총선 백서를 만드는 작업까지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지도부에서)보완을 요구했고 보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전당대회로 돌입(하느라 잊혀졌다)”고 밝혔다.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과 총선 캠프 관계자간 회의에서 보완이 요청된 보고서는 이후 수정 작업 후 최고위 등에 보고가 됐으나 당이 새 지도부 경선을 치루는 과정에서 유야무야 사라진 것이다. 어찌됐든 총선 패배를 자초한 지도부가 보고서를 방기하고 자신들의 책임을 덮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3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 문서로 만들어진 보고서는 총선기획단의 역량 부족, ‘야권 연대=총선 승리’ 맹신, 지도부의 총선전략 부재를 주요 패인으로 지적했다. 야권 내에서 대선 패배 원인으로 지적된 내용이 망라돼 있어 ‘총선’만 ‘대선’으로 바꾸면 대선 패배 보고서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총선 패배의 교훈만 잘 소화했어도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 비대위원은 “대선 전 평가보고서를 활용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왜 평가보고서가 소리소문없이 사장됐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은 대선 평가에 대한 목소리가 큰 만큼 조속히 의원은 물론이고 당무위원과 지역위원장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선 평가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는 자발적 계파 해체 등 다양한 쇄신 논의가 분출했다. 쇄신모임 소속인 비주류 안민석 의원은 “계파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안다”며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계파 해체에 대한 비대위의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쇄신모임이 계파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너희부터 해체하라’고 한다면 쇄신모임부터 해체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계파로서 친노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 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일관된 태도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총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미워할 것은 친노라는 이유로, 비노라는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는 우리 속의 당파적 심리, 당파주의”라며 “이걸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종편 출연 금지 해제’ 문제를 논의하려 했지만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불필요한 노선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