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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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신문활용교육)] 확률 판단할 때 기저율 무시하는 오류 조심을

1000명 중 발병률이 0.1%로 낮아도
양성판단이 실제 보균자의 50배 달해
확률의 낮은 기저율 출발에 오류 발생
비행학생 99%가 게임중독이라해도
게임중독되면 비행 확률 99%는 오류
결과로 인과관계 일반화 주장 어려워
-제시문 (가)에서 정답이 2% 이하인 이유와 사람들이 95% 이상이라고 잘못 판단하게 되는 이유를 각각 설명하시오.

-제시문 (나)의 신문기사는 게임이 폭력범죄의 원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터넷 게임을 하는 많은 청소년들은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커다란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학생이 폭력범죄에 미치는 게임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비행 청소년 1000명을 조사하였는데, 그중 990명이 게임에 중독되었거나 중독될 위험이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그는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게임이 청소년 폭력범죄의 주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논제1에 근거하여 이러한 주장을 비판하시오.

〈2008학년도 서울대 모의 논술 변형〉

〈제시문 가〉

에이즈를 야기하는 바이러스(HIV)의 발병률이 0.1%라고 하자. 한 과학자가 HIV 보균자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하였다. 그런데 이 검사 방법이 완벽하지는 않다.

이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보균자로, 음성이 나오면 비보균자로 진단하게 된다. 이 검사는 HIV 보균자일 경우에 검사 결과가 100% 양성으로 나오지만, HIV 비보균자인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5%가 된다.

만약 어떤 사람의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HIV 보균자일 확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95%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정답은 2% 이하이다. 

비행청소년 1000명 중 990명이 게임 중독자라고 해서 인터넷 게임을 하면 99%가 비행청소년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기저율을 무시하는 오류에 해당한다. 청소년들이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시문 나〉

게임중독 폐해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게임만 한다는 꾸지람에 격분한 청년이 어머니를 살해한 일도 있고, 온라인 게임에 미친 중학생이 동생을 흉기로 죽인 사건도 있었다.

올봄에 일어난 20대 여성의 영아 살해 유기사건은 그중에서도 게임중독의 배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26세의 이 여성은 서울 송파구 PC방에서 게임에 몰입하다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아 비닐봉지에 밀봉해 화단에 버렸다.

이 여성이 게임에 몰입하게 된 이유는 끔찍한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간암으로 죽고 우울증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 대신 중학생 언니가 공장에 나가 겨우 생계를 꾸렸다.

취직에 실패한 뒤 게임을 하면서 만난 남자친구마저 다른 여자에게 가버렸다. 오로지 게임에서 유일하게 자존감을 찾을 수 있었다.

산통이 올 때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의 고통이 산통보다 더 두려웠을지 모른다. 게임중독자들에게 사이버 공간이 현실보다 더 편하고 행복한 건 자명할 것이다.

현실은 썰렁하고 참담하지만 게임의 세계에 들어가면 군림할 수도 있고 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영웅이 될 수도 있다.

〈2012년 11월2일자 세계일보〉

윤기혁 강남인강·C&A논술 부원장
현행 대입 논술고사에서는 인문논술 이외에도 수리논술이 출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대, 한양대 상경계, 중앙대, 경희대 사회계열에서 수험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해 수리논술을 출제한다.

대학이 수리논술고사를 치르는 이유는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소위 ‘정답’이 있는 논술을 출제함으로써 채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수리논술을 출제하는 대학들이 수능 이후에 치러지는 수시 2차에 집중되어 있는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인문논술에 비해 수리논술에 대해 ‘트라우마(정신적외상)’에 가까운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수리논술도 논술이라는 점에서 주어진 조건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추론하며, 단순한 계산과정이 아닌 논리적 추론과정을 자연 언어로써 표현하는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출제의도에 맞는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이에 2008학년도 서울대 모의 논술 문제를 응용해 봤다. 이 문제는 조건부 확률과 관련된 수학적 지식을 활용해 자료해석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를 찾고, 이를 확장해 게임과 폭력 범죄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조건부 확률이란?

제시문(가)에 나오는 질문은 ‘만약 어떤 사람의 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이 사람이 HIV 보균자일 확률은 얼마일까?’이다. 이는 어떤 사건 B가 일어났을 때 사건 A가 발생할 확률로 수학에서의 조건부 확률을 의미한다. 조건부 확률은 ‘P(A|B)=P(A∩B)/P(B)’의 공식으로 정의돼 보균자일 확률을 검사결과가 양성일 확률로 나눠 주면 된다.

예컨대 1000명의 사람을 가정하면 발병률이 0.1%여서 1명의 보균자가 나오게 된다. 헌데 검사결과가 양성인 사람은 1명의 보균자 외에도 999명의 비보균자 중 5%인 49.95명을 포함해 총 50.95명의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이 존재한다.

따라서 (1÷50.95)×100을 하면 2% 미만의 답이 나오게 된다. 검사의 신뢰도는 95%로 높은 편이지만 발병률이 0.1%로 매우 낮기 때문에 보균자가 아님에도 양성판정을 받는 사람이 실제 보균자의 거의 50배에 달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저율을 무시하는 오류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질문에 대해 95%라고 대답하는 걸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저율을 무시하는 오류’에 대해 알아보자. 기저율은 해당 사건의 일반적인 존재 비율을 의미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기저율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 위 사례와 같이 심각한 병에 걸렸는지를 조사할 때 양성판정이 나오더라도 그 병이 매우 희귀한 병이고 신뢰도가 100%가 아니라면 오진의 가능성은 우리의 직관보다 훨씬 높다. 이유는 병에 걸릴 확률은 그 병의 발생률에 의존해 매우 낮은 기저율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교통사고 사망자 중 50% 이상은 자기 집 주변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집 주변보다 고속도로가 안전하다’거나, ‘가능한 한 멀리 외출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 또한 기저율을 무시한 결과이다.

◆게임 중독이 비행 청소년을 만든다?

논제 2에서 학생은 게임이 청소년 폭력의 원인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논제 1에서 살펴보았듯이 검사 결과가 양성인 사람이 보균자일 확률이 95%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비행 청소년 1000명 중 990명이 게임 중독자라고 해서 인터넷 게임을 하면 99%의 확률로 비행 청소년이 된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청소년 중에서 비행 청소년은 보균자와 같이 소수에 불과한 반면,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은 양성판정을 받은 사람들처럼 많은 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게임 중독자이지만 비행 청소년이 아닌 학생이 다수 존재하게 되므로 게임 중독을 원인, 폭력 범죄를 결과로 단정하는 인과관계를 일반화하여 주장하기는 어렵다.

◆컵에 물이 절반쯤 들어있다면?

사람들은 대체로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남자의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했을 때 자신이 대한민국 남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확률이 90%라 믿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대한민국 남자가 대통령이 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종종 수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판단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체계적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시상식에서 “우리들(카너먼과 트버츠키)이 한 일을 인간의 비합리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어림셈과 편향에 대한 연구는 합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개념을 부정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들어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 이론으로 행동경제학이 주목받고 있다. 위험하의 상황에서는 기대가치를 극대화하고, 불확실성하에서는 최소를 극대화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모습이 현실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 금연과 금주를 결심했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고, 다시는 사지 않겠다던 로또는 어느새 지갑 속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모습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지금 시대가 사람들에게 지나친 합리성의 강박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컵의 물이 ‘반이나’ 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컵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다.

윤기혁 강남인강·C&A논술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