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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황창화 국회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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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이 아닌 재능까지 빌려주는 휴먼도서관 만들 것”
국회 기록물 정치권 인식 낮아…정당 자료 보존 시스템화 시급
북카페·세미나룸 등 고민 중…책 소개 등 팟캐스트 서비스도
동네 도서관의 담장이 울타리 수준이라면 지금껏 국회도서관은 만리장성과 같은 철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국회도서관을 이용하려면 경찰이 지키는 국회 정문에서 출입 목적을 밝히고 들어가야 한다. 도서관에 이르러서는 직원에게 신분증을 맡긴 뒤 가방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나마 이런 절차를 통해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도서관 문턱을 넘을 수 있지만 여전히 18세 미만 청소년은 해당 학교 직원의 추천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국회도서관은 1993년 일반인의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뒤 2005년 18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용시간 확대, 장애인 이용환경 개선, 전자도서관 서비스 등 대국민 서비스를 넓혀 왔음에도 일반 국민은 국회도서관으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황창화 도서관장은 이에 대해 “국민의 불편 사항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해서 문턱을 낮춰가겠다”며 “도서관의 기본적인 역할 외에도 21세기에 어울리는 창의적인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6개월을 맞는 소회를 들려달라.

“임채정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면서 국회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왔고 이후 이해찬·한명숙 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으로 일했다. 지난해 8월 1일 도서관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나 역시 국회도서관을 정치권에 서비스하는 조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와서 보니까 하는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또 하고 있는 일에 비해 존재감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임기 동안 도서관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회도서관의 역사와 주요 기능은.

“국회도서관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관했다. 당시는 3600권의 장서뿐이었지만 현재는 484만권의 책과 1억5000만면 이상의 원문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민주주의 발전과 맥을 함께하며 정치권의 풍향에 영향을 받았다. 5공화국 시절 국회사무처법이 개정되면서 도서관 기능이 대폭 축소돼 국회사무처의 보조기관으로 전락했고, 오늘날처럼 독립성을 갖게 된 건 1988년 민주화 이후다. 현재는 국회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입법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1998년 구축한 전자도서관을 통해 전국 대학과 공공도서관 등 1400여 기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1993년 일반인의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뒤 이용자가 점차 늘어 지난해에는 방문이용자 약 100만명, 전자도서관 이용자 1752만명을 기록했다.”

―임기 중에 꼭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아직 구체적인 상은 못 그렸지만 도서관에 오기 전부터 생각했던 사업이 있었다. 바로 ‘휴먼 도서관’이다. 책뿐만 아니라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등록한 사람을 빌려주는 제도다. 전문가 그룹들을 ‘휴먼 북(Human book)’으로 비치하고 이들과 대화하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서비스다. 국회도서관이라는 권위를 지닌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들이 국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학력·경력 중심으로 기록된 인물 정보 시스템을 탈피하고 그 사람의 인생 전반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포맷이 필요하다. 2010년 우리 도서관에서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한 ‘리빙 라이브러리’(책으로 지정된 사람을 독자에게 빌려줬던 행사)와 유사한데, 이를 상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회도서관이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어떤 게 있나.

“국회도서관법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국민의 눈총을 받는 불신의 표적이 됐는데 정작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시스템은 안 갖춰져 있다. 국회도서관에서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한 자료를 보내주려고 한다. 지방의회는 현재 국회도서관에서 발간하는 자료조차 못 받아보고 있다. 모든 기초단체까지는 영역이 넓어서 힘들겠지만 광역단체에 국회의원 지원 서비스의 일부만이라도 전달하려고 한다. 국회도서관법에 지원 문구를 넣는 게 목표다.”

―2009년 국회기록보존소가 국회도서관 소속으로 변경됐는데 기록보존 현황은 어떠한가.

“취약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기록보존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낮다. 국가기록원에서는 청와대 등 정부 자료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축적·보존하고 있지만, 국회를 둘러싼 정치권에서는 국회·정당 기록물을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 기록물의 경우에는 당이 하도 많이 바뀌다 보니 정치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다. 저도 민주당에 있을 때 보니까 선거 치르고 나면 국회기록보존소에 옮겨지기도 전에 다 없어져 버렸다. 선거백서마저도 보존되는 게 없었다. 정치사적으로나 정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또 기록보존소가 도서관 내에 한 과로 설치되면서 인력·체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 정보랑 혼재돼 있는 막대한 자료를 일일이 검색해서 정리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분류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아직 정당 자료까지는 손도 못 대고, 국회기록물 정도를 분류하는 수준이다. 대국민 서비스는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의장 아카이브를 추진하고 있는데 어떤 사업인가.

“이제까지 공식적인 문서에 한정되었던 국회기록의 범주를 구술기록으로까지 확대해 국회 구술사 아카이브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역대 의장단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하고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국회의 최고의사결정권자였던 그분들을 통해 국회의 발자취를 다각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상은 역대 국회의장, 부의장(제6∼18대) 등 총 34명으로 지난해 박희태·김형오 의장 두 분을 시범적으로 인터뷰했다. 해보니까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내용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올해는 연로하신 5∼7분을 먼저 하려고 한다.”

―도서관 안에 북카페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던데.

“개장 시간 연장 등 이전부터 해온 것 외에 새롭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안하게 됐다. 현재는 국회도서관뿐만 아니라 의회 안에도 이런 공간이 없다. 지난해 국회운영위원회에 제안해 예산이 반영됐지만 올해 최종 예산안에는 빠지게 돼서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해 관심 갖는 의원은 많다.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자유롭게 출입하며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미나룸 등 그룹 스터디를 위한 공간도 국회도서관 안에 마련하고 싶다. 방음 같은 현실적인 문제점도 있겠지만 도서관 입구 쪽을 야외 공간과 연결하면 가능할 것 같다.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 밖에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다른 계획이 있다면.

“팟 캐스트 같은 뉴미디어를 이용한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국민에게 책을 소개해주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읽어주는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한다. 또 내부에서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여기에 있는 사서들은 전문성·사명감을 갖고 일하는데, 하는 일에 비해 존재감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신문 인터뷰나 기고 등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총책임자인 저 역시 그들과 소통하려 한다. 지난해 12월 함박눈이 내린 어느 날, 전 직원과 도서관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사무실에 걸려 있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밀려온다. 남은 임기 동안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열려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나가겠다.”

대담=조정진 문화부장

정리=이현미, 사진=김범준 기자 engine@segye.com

● 황창화 국회도서관장 약력

▲1959년 경북 예천 출생 ▲연세대 토목공학과 졸업 ▲성남노련 정책실장 ▲임채정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국무총리실 정무수석 ▲대구대 사범대학 사회교육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