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터넷 게시판이 요즘 인기 여가수 강민경(‘다비치’ 멤버)이 출연한 면도기 광고의 선정성 논란으로 뜨겁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어깨를 드러낸 상의, 핫팬츠 차림의 강씨 집에 남자 친구가 들어온다. 강씨는 남자친구 옷을 잡아당기며 “오빠 이리 와. 완전 멋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화면에 손만 나오는 남자친구는 강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소파로 밀친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삼류 에로물 같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며 비난을 쏟아내더니 급기야 광고 영상에 일본의 한 음란물 제작업체 로고와 음악을 넣어 야동으로 보이도록 한 합성물까지 올렸다. 2011년에도 민망한 자세로 춤을 추는 강씨의 ‘댄스 동영상 편집본’이 유포되기도 했다. 강씨는 당시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왜 그런 편집을… 정말 나쁘다”며 속상한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다.
27일 인터넷 업계 등에 따르면 익명성에 기대어 온라인상에서 연예인을 괴롭히는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악성 댓글은 물론이고 사진이나 편집 동영상 등을 이용한 직접적인 성희롱까지 자행되지만 당사자들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악성 댓글은 연예인을 괴롭히는 ‘단골 메뉴’다. 열애설을 퍼뜨리거나 성형 사실을 들먹이고, 외모나 행동을 지적한다. 상처를 입은 연예인들은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거나 우울증 상담을 받기도 한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공격을 받는 불균형성이 피해를 키운다”며 “악성 댓글 피해자는 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들이 앞다퉈 ‘섹시함’을 내세운 마케팅에 나서면서 ‘연예인 성희롱’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 인터넷 음란사이트 게시판에는 ‘연예인 합성사진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 속옷 화보 좀 벗겨주세요’, ‘××× 요청합니다’ 등의 황당한 요구가 이어지고, 이에 답하듯 사이트에는 누적된 음란 합성사진만 수천장이 올라와 있다.
트위터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은 연예인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사실인 양 유포되는가 하면 악의적인 글이 사생활까지 파고드는 형국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원더걸스’ 멤버 소희의 트위터에 150여 차례에 걸쳐 음란 글을 올린 혐의로 A(23)씨가 구속됐다. A씨는 ‘사랑한다. 바람피우지 마라’는 내용부터 입에 담지 못할 표현까지 쏟아냈다. 팬들과의 소통창구인 SNS가 ‘폭력도구’가 된 셈이다.
지난달에는 네티즌이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의 전신 광고판을 이용해 성행위 장면을 묘사한 사진을 찍은 뒤 SNS를 통해 이를 직접 수지에게 보내는 엽기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수지는 미성년자였고, 그의 소속사는 해당 네티즌을 경찰에 고발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대중은 연예인을 사람이라 여기지 않고 하나의 캐릭터로 본다”며 “내 가족처럼 생각해 연예인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