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검증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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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두 아들이 7, 8살 때 공동 명의로 취득한 서울 서초동 소재 단독주택. 연합뉴스 |
김 후보자의 부동산 구매와 두 아들의 석연치 않은 재산 취득 과정에 대한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27일 김 후보자가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 9곳 중 경기도 안성, 서울 서초동, 인천, 수원 등의 8곳을 투기 열풍이 불던 1970년 중후반 김 후보자가 직접 구매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김 후보자가 직접 전국을 돌며 사들였으며, 법원 직원을 동행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와 함께 경기 안성 땅을 구입한 오모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에 있을 때 그분이 판사를 했고, 나는 입회 서기를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당시 7살인 장남 명의로 1974년 경기 안성 임야 2만여평을 사들였다. 그 이듬해에는 장남과 차남 공동 명의로 서울 서초동에 대지 200평짜리 주택을 취득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재력가인 모친이 손자들을 위해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직접 부동산을 구매했다면 이 같은 설명과 배치돼 거짓말 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
미성년자인 두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증여세 등 관련 세금을 납부했는지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총리실은 이날 “현재 후보자 모친이 생존해 계시지 않아 증여세 납부 여부 등에 대해서는 부동산, 세제 관련서류 등을 해당 행정기관에서 받아 검토한 뒤 사실 관계를 확인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두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도 논란거리다. 김 후보자의 장남 현중씨는 1989년 신장·체중 미달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 병무청의 징병 신체검사 규칙에 따르면 키가 164∼165㎝일 경우 몸무게가 43㎏ 미만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현중씨는 170㎝ 정도의 신장에 정상 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풍으로 면제를 받은 차남 범중씨의 경우도 당시 비슷한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는 사례가 많아 이후 관련 규정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김 후보자를 총리로 내정할 당시 이 같은 의혹들을 검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 측은 인선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 나머지 청와대나 국정원 등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은 채 비선을 통해 인사검증을 해온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김 후보자의 경우도 본인의 해명에만 의존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판단 아래 총리 인선을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김 후보자 청문회 준비를 진행하는 총리실은 인수위 측으로부터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는 자료들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당선인이나 인수위 측으로부터 따로 검증 관련 자료를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해 총리실 간부들로부터 최근 언론이 제기한 본인의 재산 형성 과정,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총리실이 증빙서류 등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밝힐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