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예술가의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진주로 된 잔을 함께 나누면서 자신의 고통을 카타르시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를 넘어 고전이 된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 중에는 당대에 대중성을 지닌 사람보다 사후에 인정받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이 바로 그 까닭이다. 예술가란 대중과의 소통을 원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소통을 원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지니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영화계에도 이런 특성을 지닌 영화인이 꽤 있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는 전시회의 주인공 팀 버턴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 어릴 적부터 상상과 환상적 이미지를 그리면서 고독과 친구하며 살았다고 한다. 팀 버턴 감독은 대중적인 코드를 지닌 감독이 아닌 데도 많은 흥행작이 있다. 그의 독특한 세계는 ‘가위손’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의 영화로 어린이에서 어른까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독창성은 인정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팀 버턴전은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사람이 관람한다. 관람객 중에는 팀 버턴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영화 장면과 비교하면서 그림을 보는 경우도 꽤 있었다. 평일 휴일 할 것 없이 한 시간씩 기다려야 관람이 가능했는데 이 기괴한 세계가 어떻게 이토록 대중성을 가질 수 있는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과연 창의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회는 팀 버턴이 어릴 적부터 그린 수백점의 환상적인 그림을 비롯해 영화에 나왔던 소품과 의상 등의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어서 마치 오즈의 마법사를 따라 무지개 너머 마법의 나라에 다녀온 느낌을 준다. 가장 놀라운 점은 팀 버턴의 ‘배트맨’에 나왔던 캣우먼의 옷과 모습이 그가 미리 그려놓은 그림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다. 사람 키 크기로 재현해 놓은 애니메이션 ‘유령신부’ 캐릭터 옆에 서서 사진을 찍어 보니 유령신부가 마치 실제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
우리나라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감독이 바로 김기덕이다. 김 감독이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뒤 하루에 한두 번 아주 안 좋은 시간에 상영되던 ‘피에타’가 주요 시간대로 확대 상영됐다.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고 나이든 사람도 많았다. ‘피에타’가 이해하기 쉬운 영화도 아니고 관람 자체가 고통으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영화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에 공감하려 하면서 끝까지 함께했을 것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평행선을 그으며 가까이 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문화적 수준이 상당히 고양돼 이 둘의 행복한 만남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