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능 이전 놓고 인수위와 외교부 충돌
양측 간 충돌은 헌법상 조약체결권의 해석 차이에 따른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조약을 체결·비준하는 이른바 ‘국가대표권’(제66조 1항)과 ‘조약체결권’(제73조)을 부여하고 있다. 어느 부처의 장관이 조약체결권을 위임받는지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은 없다. 지금까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아 정부대표나 특별사절을 임명하는 등 세부적인 교섭권을 행사해 왔다.
외교부는 이런 관행을 근거로 외교부 장관 대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교섭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규정에 바탕한 현행 조약체결 체제와 배치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통상교섭권은 외교부의 권한이란 시각이다.
이에 반해 인수위는 외교부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행 시스템에서 외교부 장관이 조약체결권을 실무적으로 행사한 것은 헌법상 권한이 아닌 정부조직법 등 개별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약체결권은 헌법상 대통령에게만 부여된 고유권한인 만큼 어느 장관이 해당 권한을 위임받는지는 헌법 체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논리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는 이날 긴급 브리핑 형식으로 외교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인수위는 박근혜 당선인이 “통상이 산업 부처로 간다고 해서 딱히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 다음날 외교부가 사실상 ‘항명’에 나섰다는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였다는 전언이다. 외교부의 반발을 단호하게 진압함으로써 조직 축소 대상 부처들이 국회 로비를 통해 조직 사수전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는 해석이다. 외교부는 진 부위원장의 반박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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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오른쪽)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4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은 이날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수정안을 공개했다. 먼저 박 당선인의 대표적 공약으로 탄생될 미래창조과학부의 권한을 축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행대로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로 존치시키고, 방송정책과 관련해 순수 진흥업무만 미래부로 이관하고 기존의 방송통신위에 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리실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약품 분야는 보건의료정책의 틀 안에서 다루고 식품산업의 효율화를 위해 농림축산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변경할 것을 제시했다.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경호실장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반부패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국가청렴위원회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 및 내각 인선과 관련해 “정부조직 개편과 장관 등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밀봉 인사’의 결과”라며 “원칙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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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조직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협의체 소속 의원들이 4일 오전 국회에서 개편안 논의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강석훈 의원. 연합뉴스 |
정부조직개편을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여야 각각 3명씩 구성하기로 한 여야협의체는 첫 회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인수위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이 협의체에 참여한 것을 두고 반발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독립적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인수위에서) 법안을 낸 두 분이 나오셔서 여당과 이야기하는지 인수위와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결국 각각 행안위와 법사위 간사를 추가해 기존 6인 체제에서 10인 체제로 확대하기로 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수위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오랜 경험과 철학을 담아 만든 법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조속한 정부조직법 처리를 주문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로 발의한 법안에 서명을 하지 않은 의원만 9명이다. 서명에 참여했더라도 “원안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에 참석한 이들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과반에 못 미친 145명에 불과하다.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