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 가출 등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사는 조손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소득이 거의 없어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빈곤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국의 조손가정은 11만9294가구로 집계됐다. 10년 전에 비해 163%가량 는 것이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24%에서 0.67%로 0.43%포인트 늘었다. 고공행진을 하는 이혼율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전국단위 방식으로 처음 실시한 ‘조손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손가정의 실태가 잘 드러난다. 조부모 평균 연령은 72.6세였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이하’가 82.3%에 달했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59만1000원에 그쳤다. 손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는 상태다.
가족 생계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46.7%로 가장 많았고, 가장 큰 고민거리로 ‘양육(교육)에 따른 경제적 문제’(66.2%)를 꼽았다.
아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가족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56.8%),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33.7%) 순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열악한 생활환경 및 빈곤, 교육기회의 상실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지원 근거를 ‘한부모 가족 지원법’에 두고 있다 보니 할아버지·할머니가 모두 있는 가정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초수급자 등 다른 법령에 의해 지원을 받는 경우 중복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춰 복지급여를 지원받은 조손가정은 2011년 현재 406가구에 불과하다.
박근혜정부는 최근 ‘140대 국정과제’를 통해 “아이돌보미, 방과후 프로그램과 같은 무료지원 등의 조손가정 통합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의 책무를 조부모가 대신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선진국처럼 경제·정서적 지원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