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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지자체 변호사 채용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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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늘고 행정환경 변화… 법률전문가 확보 필요성 커져
지자체 각종송무 능동적 대응…변호사는 행정업무 습득 장점
로스쿨 졸업생 많아 채용 수월…정부 인건비 지원도 부담 줄여
변호사들이 로펌이나 기업체를 넘어 지역사회로 취업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행정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부가 자치단체에 변호사 채용을 장려하고 있고, 지자체 내부에서도 법률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시장’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이 배출되면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가 대량 공급된 것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자체는 변호사 채용으로 송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변호사는 행정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여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게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상당수의 지자체들이 6급 상당의 계약직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고 최근 부산에서는 ‘7급 변호사’까지 탄생할 상황에 놓이면서 법조계 내부에서는 변호사들의 위상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자체 법률수요 증가로 변호사 채용 붐


4일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지자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채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19곳에서 총 35명의 변호사를 채용했다. 올해 초 행안부가 2013년도 변호사 채용 계획을 파악한 결과, 9개 시·도에서 변호사 20명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했다. 서울은 이미 고용된 변호사 외에 2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며 인천은 시간제계약직으로 채용했던 변호사의 계약이 끝남에 따라 2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경남에서는 도 본청과 창원시에서 각각 1명의 변호사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변호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행정환경의 변화로 법률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예전에 비해 주민과 기업에 대한 자치법규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주민의 권리의식이 신장되면서 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법적 분쟁이 급증했다.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소송건수는 2005년 6만2535건에서 2011년 7만9043건으로 6년 만에 26%가량 늘어났다.

각종 사업이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률자문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법률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지자체가 변호사 채용에 적극적인 이유다. 정책 등에 대한 법적 검토가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면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행안부의 변호사 인건비 지원도 한 몫

행안부는 이처럼 지자체에 법무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지난해 9월부터 지자체가 채용하는 변호사 1명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신규 채용하는 곳은 물론 이미 채용한 곳에도 1명분에 대해 이듬해 총액인건비에 반영해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지자체의 송무 증가 등이 변호사를 채용해야 하는 당위적인 이유였다면, 행안부가 변호사의 인건비를 지원한 것은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까지 지자체에 고용된 변호사는 16명이었지만 9월 이후 석 달 동안 19명이 추가로 지자체에 채용됐다. 올해도 채용계획이 확정된 것만 20명에 달한다.

특히 이전까지는 규모가 큰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인건비 지원으로 자치구와 소규모 시에서도 변호사 채용을 통한 법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말까지 채용된 변호사 35명 가운데 10명은 경기 남양주·안산·부천·광명시, 서울 광진·성동구 등 기초자치단체에 소속돼 있다.

◆지자체 변호사 67%는 6급 이하


지난해 2월부터 로스쿨 졸업생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과거보다 변호사 채용이 용이해진 것도 지자체가 변호사를 영입할 수 있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변호사의 공급 증가로 ‘몸값’이 떨어지면서 직급과 대우에 대한 지자체와 변호사들의 눈높이가 맞게 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자체에 채용됐거나 올해 채용될 예정인 변호사 55명의 직급을 보면 ▲4급 대우(개방형 4호) 1명 ▲5급 대우(전임계약직 가급 17명, 시간제계약직 가급 2명, 지방행정 5급 2명, 개방형 5호 1명) 22명 ▲6급 대우(전임계약직 나급 23명, 시간제계약직 나급 5명, 일반직 6급 1명, 법무행정 6급 2명) 31명 등으로 5급 이상은 전체의 33%에 그쳤다. 나머지 67%는 6급 이하였다. 특히 부산은 지방행정 7급으로 변호사를 채용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채용형태인 전임계약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가급의 보수는 연간 4930만원 이상, 나급은 4084만∼6129만원이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5급 사무관으로 임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법시험 합격자로 볼 수 있는 변호사들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추락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해 ‘6급 변호사’ 논란이 시작될 당시 대한변협 측은 “변호사를 행시 출신 사무관(5급) 아래 두는 것은 공개적인 모욕”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로스쿨 도입의 취지에도 맞고, 지자체의 법적 대응력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행정의 법치’를 실현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변호사들도 공무원들에 대한 인맥을 쌓을 수 있고 행정영역의 전문성을 높여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지자체의 변호사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로스쿨 이후 변호사들의 취업난을 해소하고 지자체의 법률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며 “지자체의 변호사 채용을 계속해서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