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려불화를 제외한 고려나 조선 초기 작품은 서너 점 전하나 우리나라 그림으로 단정할 만한 확실한 근거가 부족해, 이번 고려수묵화 발굴은 한국미술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고려수묵화는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1168∼1241)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거론한 ‘독화로사도(獨畵鷺?圖)’와 구도와 배경이 똑같아 주목된다.
가로 54.2㎝×세로 76.5㎝ 크기의 종이 위에 그려진 수묵화는 당에서 성행했던 3분할 구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섬마을 초가 풍경도 1123년 송나라의 사신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이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묘사한 초가삼간 12채인 민가를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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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시대 수묵화로 추정되는 ‘독화로사도’. 이동천 박사 제공 |
3년 전 서울의 한 미술품경매 전시장에서 수묵화를 발견한 이 박사는 “제발을 보자마자 고려 때 유행했던 북송 문인들의 글씨체가 어른거려 직감적으로 고려 그림임을 확신했다”며 “향후 보다 세밀한 검증작업과 더불어 미술학계의 활발한 학술토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편완식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