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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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휴대폰보험 '알짜'는 옛말 애물단지로

소비자 ‘도덕적 해이’ 팽배… 고장·분실 보상 폭증
보험업계가 휴대전화보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는 수익성 높은 알짜 상품이었으나 일부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고장·분실에 따른 보상건수가 폭증하면서 이 상품은 적자투성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보험업계는 관련제도를 개선해 보상금액을 줄이려 시도 중이지만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소비자들의 반발과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감독원과 현대해상, 동부화재,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등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전화보험 보상건수는 96만5463건으로 전년도의 58만8790건에 비해 무려 64% 증가했다. 지난해 휴대전화보험 판매금액은 3172억7300만원인데 이 중 3107억2600만원이 보상금액으로 나가 손해율(판매금액 중 보상금액 비율)은 97.9%를 기록했다. 보험업계는 통상 손해율 77%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잡는다.

2008년부터 활성화된 국내 휴대전화보험은 스마트폰 혁명과 함께 급성장했다. 판매건수는 2008년 92만53건에서 지난해 835만5330건으로 수직상승했다. 판매금액 역시 같은 기간 294억9000만원에서 3172억7300만원으로 976% 폭증했다.

문제는 소비자 분실, 고장 등으로 인한 보상건수·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보상금액은 2008년 81억6500만원, 2009년 101억5800만원, 2010년 422억3700만원, 2011년 2432억5100만원, 2012년 3107억2600만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수익성과 직결되는 손해율은 2008년, 2009년 각각 27.7%, 30.9%에서 2010년 104.2%, 2011년 136.1%로 뛰었다.

휴대전화보험 손해율이 고공행진한 이유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을 고치는 것보다 교체하는 게 훨씬 유리한 보험상품의 특성 때문이었다. 가입자가 자기부담금(8만∼15만원)만 내면 1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신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휴대전화 수리센터에서도 액정파손으로 15만원의 수리비 견적이 나온 소비자에게 “고객부담액이 똑같으니 새것으로 교체받는 게 낫다”고 권했을 정도다.

채산성 악화로 보험사와 통신사가 법정 송사까지 벌일 지경이 되자 업계는 지난해 관련제도를 손봤다. SK텔레콤이 7월부터 자기부담금을 정액제(1차 15만원, 2차 30만원)에서 정률제(1차 손해액의 30%, 2차 40%)로 바꿨다. KT도 9월부터 자기부담금을 8만원에서 손해액의 30%로 변경했다. LG유플러스만 자기부담금 7만원을 유지 중이다.

자기부담금이 정률제로 바뀌면서 보험업계의 채산성은 다소 나아졌으나 폭증하는 소비자 불만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출시 후 1, 2개월만 지나도 수십만원씩 하락하는 휴대전화 가격의 특성상 초기 출고가를 기준으로 자기부담금을 책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박성준·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