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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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늘었지만 순익 줄어… 기업실적 ‘속빈 강정’

2012년 499개 상장사 분석
영업익 95조… 전년比 2조 감소
1000원어치 팔아서 51원 남겨
국내 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요약하면 ‘매출 소폭 증가, 순이익 감소’로 압축된다. 장사는 했지만 실속이 없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 뚜렷한 특징은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삼성전자와 다른 대기업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37%를 삼성전자 한 회사가 차지했을 정도다.

◆실속 못 챙긴 기업들

한국거래소·한국상장사협의회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499개 기업의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로 간주한 연결실적 집계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총 1776조1958억원으로 전년보다 7.6%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이익은 95조6584억원으로 전년보다 2.00%, 1조9551억원 줄었다. 특히 순이익은 65조78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조8037억원, 6.87% 감소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경쟁이 심화해 채산성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황호진 팀장은 “매출 비중이 큰 전기전자업종이 성장을 주도하고 운수장비·화학제품 등 수출 주도 산업의 매출도 소폭 증가했으나, 세계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철강 등 제품의 단가 하락과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 여파로 다른 업종 대부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비교할 수 있는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개별기업 기준 2009년 5.68%에서 2010년 6.96%로 늘어났으나 이후 2011년 5.55%, 2012년 5.10%로 곤두박질쳤다. 순이익률은 3.88%를 기록했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1원의 영업이익과 38원의 순이익을 남긴 것이다.

이조차 지난해 영업이익이 89%나 늘어난 삼성전자를 빼면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 상위 20개사 중 전년도에 비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9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기업은 대부분 영업이익 감소율이 두자릿수에 달했다.

◆독야청청 삼성전자와 NHN

우리나라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는 지난해 더욱 커졌다. 순이익 2∼7위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SK, 포스코, LG화학 등의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순이익 23조8452억원보다 8595억원 적을 정도다.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2009년 19.46%, 2010년 19.95%였다가 2011년 30.73%, 지난해 37%로 계속 오르막길이다. 삼성전자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9.44%, 부채비율은 76.34%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순위에서는 NHN이 독보적이다. 2011년 45.57%에서 지난해 45.32%로 다소 줄긴 했으나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다음은 KT&G 36.88%, 강원랜드 32.24%, GKL 29.14%, 한화타임월드 29.12%, 광주신세계 27.21%, 무학 22.13%, 엔씨소프트 21.25%, 현대홈쇼핑 20.10% 등이 20%대를 넘겼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