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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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 높은 의료관광 규제에 막혀 '시름시름'

시설 경쟁력 OECD國중 2위
외국 환자 유치는 크게 뒤져
원격진료 허용 U-헬스 법도
18대 국회서 계류 중 폐기
의료법 속히 개정 규제 풀어야
의료산업이 규제에 가로막혀 신음하고 있다.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그치고 있고,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는 U-헬스 산업은 의료법 개정 지연으로 국내에서는 설 곳조차 없는 실정이다. 규제를 풀고 부처의 벽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3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34개 OECD 회원국 중 1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을 0으로 환산해 계산한 우리나라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지수는 0.005로 평균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부문별로 보면 시설·장비의 경쟁력은 2위, 의료 서비스는 4위로 최상위권을 차지했고, 기술 수준도 상위권인 9위를 달렸다. 이에 반해 인적 자원은 31위, 관광산업은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경쟁력 저하를 불렀다. 기술·인프라 수준이 높은데도 성장성과 잠재력이 뒤처져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 측 분석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서도 경쟁국에 뒤지고 있다. 2011년 방한한 외국인 환자가 12만명을 넘어 2009년(6만명)의 두배가 되고, 건강여행 관련 여행수지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리도 성장하고 있지만, 값싼 의료비와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앞세운 다른 아시아 국가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56만명으로 우리의 13배다. 인도와 싱가포르는 각각 73만명, 72만명으로 6배다. 이들 국가를 주로 찾는 중동지역 갑부에 대한 우리의 환자 유치비중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산업연구원 허문구 연구위원은 “우리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값싼 의료비를 토대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부처 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세워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IT(정보기술)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의료와 IT를 접목해 의사가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 시스템인 U-헬스 산업이 의료법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의료산업의 현주소이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4월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대한의사협회 등 이익단체의 반대에 밀려 계류를 거듭하다 18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