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진 ‘창조경제 논란’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초보운전 중인 박근혜정부의 ‘내비게이터’임을 보여줬다. 경제부처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창조경제의 모호성을 야당은 물론 집권당까지 질타하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부가 ‘창조경제는 무엇이다’라는 답을 내놓지 못해 쩔쩔 매자 이 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방송에 출연하고 홈페이지(ifs.or.kr)에 ‘창조경제와 그 성장조건’ 보고서를 게재하는 등 창조경제 논리를 적극 설파하는 것으로 논란을 조기진화했다. 박근혜정부의 인력풀일 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공급자임을 보여준 것이다.
각계 인사 78명으로 출범한 이 연구원은 현재 거시금융팀 9명, 과학기술팀 8명 등 17개 분야에 총 128명의 전문가 명단을 회원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회원이다. 낙마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도 이 연구원의 회원이다.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역시 김광두 원장과 현정택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속한 거시금융팀이다. 지난달 28일 마포 사무실에서 경제위기 관리대책에 대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3일에도 재정위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제위기 진단은 정책제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전 수석은 지난달 30일 ‘최근 한국경제상황 진단과 거시경제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필요성을 지적, 가뜩이나 팽배한 금리인하 압력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금융감독체계 개편, 창조경제정부, 공정사회를 위한 재벌정책, 지하경제 실상과 양성화방안 등의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정부 주요 정책의 기본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특정 전문가 집단이 국정에 영향을 주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대통령 한 명이 나라를 이끄는 것은 아니니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싱크탱크가 하나의 세력으로 국정철학을 공유, 실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합리화에만 앞장서선 안 되며 정권에 직언하고 비판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대기업정책 보고서의 계열분리 명령제와 순환출자의결권 제한 등 강력한 재벌개혁안이 실제 국정개혁 과제에서는 다 빠졌다”며 “이 연구원에 시선이 많이 가지만 실제로 정책을 이끄는 건 결국 관료”라며 영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성준·정진수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