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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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노믹스' 길잡이 미래硏, 거시경제정책까지 입김

새 정부서 존재감 키우며 주요 정책 좌지우지
개혁적 보수 표방 정책 토대 제공
정부 인력·운영체제 공급처 역할
박근혜정부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이 현안이 생길 때마다 ‘근혜노믹스’의 좌표를 설정하고 있다. 보수가치의 구현자로서 그 존재감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가 거시정책에 입김을 불어넣는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표방한 민간정책연구소의 등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진 ‘창조경제 논란’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초보운전 중인 박근혜정부의 ‘내비게이터’임을 보여줬다. 경제부처 장관 인사청문회 등에서 창조경제의 모호성을 야당은 물론 집권당까지 질타하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정부가 ‘창조경제는 무엇이다’라는 답을 내놓지 못해 쩔쩔 매자 이 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방송에 출연하고 홈페이지(ifs.or.kr)에 ‘창조경제와 그 성장조건’ 보고서를 게재하는 등 창조경제 논리를 적극 설파하는 것으로 논란을 조기진화했다. 박근혜정부의 인력풀일 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공급자임을 보여준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2010년 12월 창립발기인 총회로 출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대선을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또 하나의 대선캠프 외곽조직쯤으로 여겨졌다. 대선 이후인 올 2월부터 정책보고서를 연이어 공개하고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개설하는 등 본격적인 정책연구소로서 가동하기 시작했다.

각계 인사 78명으로 출범한 이 연구원은 현재 거시금융팀 9명, 과학기술팀 8명 등 17개 분야에 총 128명의 전문가 명단을 회원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회원이다. 낙마한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도 이 연구원의 회원이다.

최근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역시 김광두 원장과 현정택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속한 거시금융팀이다. 지난달 28일 마포 사무실에서 경제위기 관리대책에 대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3일에도 재정위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제위기 진단은 정책제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 전 수석은 지난달 30일 ‘최근 한국경제상황 진단과 거시경제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필요성을 지적, 가뜩이나 팽배한 금리인하 압력에 힘을 보탰다.

이 밖에도 금융감독체계 개편, 창조경제정부, 공정사회를 위한 재벌정책, 지하경제 실상과 양성화방안 등의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정부 주요 정책의 기본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특정 전문가 집단이 국정에 영향을 주는 게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대통령 한 명이 나라를 이끄는 것은 아니니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싱크탱크가 하나의 세력으로 국정철학을 공유, 실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 합리화에만 앞장서선 안 되며 정권에 직언하고 비판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견인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대기업정책 보고서의 계열분리 명령제와 순환출자의결권 제한 등 강력한 재벌개혁안이 실제 국정개혁 과제에서는 다 빠졌다”며 “이 연구원에 시선이 많이 가지만 실제로 정책을 이끄는 건 결국 관료”라며 영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박성준·정진수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