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요즘 한은 안팎에서 에클스의 삶이 회자한다. 정치권력에 맞서던 그의 행적이 작금의 한은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에클스와 김 총재의 처지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이 주최하는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 ‘2013년 박근혜정부 경제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0년에는 G20(주요20개국) 회의를 앞두고 미적거리다 금리정상화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장은 한은의 직무유기를 거론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원장으로 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충고까지 나왔다.
한은 내부엔 김 총재가 에클스를 롤모델로 삼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다. 압력에 맞서 독립성을 각인시키라는 주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말바꾸기 논란이 있지만 에클스가 보여주듯 경제상황에 따라 생각과 입장은 달라지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가 에클스의 뒤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도 만만찮다. 북한 리스크는 특히 중대 변수다. 한 금융권 인사는 “코너에 몰린 김 총재에게 금리인하 카드를 선택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금통위에서 행사하던 열석발언권을 포기한 것도 인하 가능성의 해석을 낳는다. 김 총재가 금리를 인하해도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라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최소한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류순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