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과 KBS는 지난달 20일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전산장애로 인해 동시에 피해를 입었던 기관이다. 더욱이 마침 이날은 민·관·군 사이버위협 합동대응팀이 `3.20 사이버테러'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이어서 한때 2차 사이버테러일 가능성이 제기돼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비슷한 시점에 장애가 발생했을 뿐, 해킹에 의한 동시다발적인 전산장애는 아닌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농협은행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20분께부터 NH농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또 발생했다. 농협은행과 같은 전산망을 사용하는 NH농협생명보험과 NH농협손해보험도 전산처리가 동시에 중단됐다.
농협은행측은 "양재동 전산센터에 있는 DB서버 2개 가운데 하나가 원인 모를 이유로 고장을 일으키면서 나머지 하나의 서버로 거래내역이 쏠려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측은 "외부 해킹에 의한 장애는 아니다"면서 "자세한 원인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과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전산망은 장애가 발생한 지 3시간 30분이 지난 이날 오후 9시50분께 완전히 복구돼 정상화됐다.
이날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내역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에서는 별다른 전산장애가 보고되지 않았다.
또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모두 3차례에 걸쳐 KBS 홈페이지의 접속이 차단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KBS측은 "오후 5시30분에 처음 홈페이지가 먹통이 돼 20분 후에 복구했지만, 오후 6시45분께와 오후 8시께에 또다시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되는 장애가 발생했다가 복구됐다"고 말했다.
KBS측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KBS 미디어가 지난 20일 사이버 공격 이후 미처 완료하지 못한 자료 백업 등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비정상적인 데이터 과부하가 발견됐지만, 복구 작업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 유실이나 외부 명령 흔적 등이 없어 해킹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도 "농협은행과 KBS에서 발생한 장애는 외부 침입에 의한 해킹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농협은행과 KBS에서 전산장애가 비슷한 시점에 발생하자 언론사 등에는 "해킹에 의해 또다시 전산장애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