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영집궁시박물관 제공. |
5대에 걸쳐 가업으로 전통화살 죽시를 만들어온 궁시장 영집 유영기 기능보유자는 2001년 고향과 가까운 경기도 파주에 국내 최초의 활, 화살 전문박물관인 영집궁시박물관을 설립했다. 작은 규모지만 선조의 지혜와 여유가 담긴 활과 화살을 알려 전통 활쏘기 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유영기 옹의 소중한 꿈이 담긴 박물관이다.
평생 활을 만져본 적도 없다는 기자의 고백에 유세현 영집궁시박물관장은 짐짓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우리의 활 문화 전수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인 유영기 옹의 아들 유세현 관장은 영집궁시박물관의 공동 관장이자 궁시장 전수 조교로서 27년째 부친의 수업을 받으며 집안의 맥을 잇고 있다.
“우리 조상은 물소의 뿔과 쇠심줄, 나무를 이용해 각궁이라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탁월한 활을 만들어냈어요. 저기 동그랗게 말려있는 것이 각궁의 최초 형태입니다. 저것을 완전히 뒤집으면 우리의 전통 복합궁이 만들어지지요.”
전시관의 정중앙 진열대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활 각궁의 제작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각궁 제작에는 물소 뿔이 반드시 필요하다. 뽕나무, 참나무 등에 부레풀로 물소 뿔을 붙이고 쇠심줄로 활시위를 달면 우리의 전통 각궁이 완성된다.
유럽과 미주 등 서양에서 주로 쓰인 활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 나무에 활시위를 달아 반달 형태가 되도록 잡아당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각궁은 둥글게 말린 나무에 물소 뿔을 붙이고 이를 180도 이상 뒤집어 활시위를 달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게 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위력은 서양의 활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이런 형태의 각궁이 있었기에 현재 양궁 등에 이용되는 개량궁이 나온 것입니다. 활의 양끝 머리인 고자 부분을 보세요. 저렇게 고자 부분이 휘어진 활은 오직 우리 민족만이 갖고 있던 것입니다. 활 고자는 활을 쏘는 마지막 순간 탄성으로 시위에 힘을 가해 화살의 속도를 높이는 기능을 합니다. 서양 쪽에서는 이를 모르고 있다가 우리 활의 위력을 보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신궁 남이(박해일 분)이 사용한 애깃살(편전),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 분)가 이용한 육량시 등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화살이 날아갈 때 기묘한 소리를 내는 명적도 전시돼 있다.
“고구려의 고분벽화인 무용총 수렵도는 잘 알고 계신 그림이죠?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궁사의 화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화살 끝의 동그란 부분이 바로 명적입니다. 일부 영화 등에서는 단지 소리를 내는 신호탄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명적은 표적에 화살촉의 1차 부상에 이어 2차 부상을 입히는 무기의 기능이 있었답니다.”
영집궁시박물관에는 영화 ‘신기전’에 출연한 신기전기화차도 복원돼 있다. 신기전기화차는 수레처럼 생긴 기구에 화약통을 부착한 화살 100발을 꽂은 것으로, 적이 일정 거리에 들어오면 불을 붙여 쏘아 올리는 방식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신기전기화차는 당시 완벽하게 정제되지 않은 화약으로 명중률이 낮아 전투에서 자주 활용된 무기는 아니었다는 것이 유 관장의 설명이다.
또한 연발이 가능한 기계식 활 수노궁도 눈길을 끈다. 석궁처럼 가로로 쏘는 쇠뇌의 일종인 수노궁은 탄창을 부착해 짧은 화살을 여러 개 넣고 손잡이를 잡아당겨 시위가 자동으로 당겨지게 만들어 다연발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활이다. 이외에도 영집궁시박물관은 일본, 중국, 티베트 등 동아시아의 활과 영국, 인도, 페르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활도 전시돼 있어 비교 관람이 가능하다.
활과 화살의 전시를 마친 후에는 활 만들기에 도전하거나 박물관 부지 내 간이 활터에서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유 관장은 “이 모든 것이 전통문화이자 예술인 활과 화살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우리 박물관을 찾은 어린이 중 재미를 느끼고 활쏘기를 취미로 갖게 되는 이들도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활과 활쏘기는 스포츠 이상의 문화유산이다” - 영집궁시박물관 유세현 공동 관장 |
▶ 관람안내
4~9월/ 오전 10시~오후 6시 개관, 10월~3월/ 오전10시~오후 5시 개관 (월요일 휴관. 전화 031-944-6800)
관람료/ 일반 3000원, 중고등학생 2500원, 초등학생 이하 2000원
홈페이지 www.arrow.or.kr
▶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242-5
자동차: 문산방면으로 직진하다가 통일동산으로 진입해 직진. 성동사거리, 헤이리사거리, 통일촌삼거리를 지나 법흥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이정표를 따라 700M 직진
글·사진=박민경·한윤종 기자
본 콘텐츠는 <가족을 생각하는 TOYOTA(도요타)>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