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올 초부터 고조된 한반도 위기 국면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북한에 있다는 기조에서 북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우리가 먼저 남북대화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의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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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북한의 긴장조성 중단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박근혜정부가 북한에 대화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북측의 잇단 도발위협 국면이 전환될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류 장관의 성명과 관련해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8일 담화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있다”면서 “통일전선부와 통일부 간의 이른바 ‘통·통 라인’을 부활해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하자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당시 김 비서 명의의 담화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방침을 밝히면서도 “사태가 어떻게 번져지게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면서 남북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북측이 류 장관의 대화 메시지에 화답할 경우, 남북 대치 상황은 급속히 대화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당시 남한 내 ‘최고존엄’ 모독 행태와 개성공단을 북한 정권의 ‘돈줄’로 보는 시각,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개성공단 인질 억류시 구출 방안’ 발언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사태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이에 대한 남한의 사과를 내걸었다.
류 장관의 성명 발표가 있기 전 북한은 “박근혜 정권까지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개성공업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며 남한 정부를 재차 압박했다.
성명 내용은 북한 측 요구에 미치지 못하지만 류 장관이 대북 대화를 촉구하면서 “북측이 제기하는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남북대화가 열리면 개성공단 문제뿐 만 아니라 금강산관광 문제, 천안함·연평도 사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등 현재 남북관계에 걸린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류 장관의 성명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양 교수는 “북측이 나름대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 류 장관의 성명이 북한에 대한 대화 제의냐를 놓고 혼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류 장관은 “공식적인 대화 제의라기보다는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도“대화를 제의했다기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정부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날 새누리당 소속 국회 국방위·외교통일위 위원들과의 만찬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면서 사실상 대북 대화 제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류 장관의 성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정부 간, 청와대 내부 의견 조율이 미흡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