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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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종속국가나 다름없는 일본의 현실 한탄

마고사키 우케루 지음/양기호 옮김/메디치미디어/1만8000원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일본의 사례 1945∼2012년/마고사키 우케루 지음/양기호 옮김/메디치미디어/1만8000원


미국 종속노선과 대미 자주노선을 놓고 일본은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은 1945년 9월 2일 미주리함 선상에서 항복문서에 서명을 했다. 당시 일본은 망했다. 무조건 항복했다고 함으로써 새로운 일본은 시작됐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은 항복이 아닌 종전(終戰)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전쟁에 패배한 굴욕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 브레진스키는 일본을 미국의 ‘안보상 보호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의 보호국이라는 상황은 점령시대에 만들어진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외교관으로 30여 년을 몸담은 저자는 ‘미국은 어떻게 동아시아를 지배했나’에서 대미 종속국가나 다름없는 일본의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 저자는 전쟁의 책임은 명백히 일왕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왜 연합국은 일왕을 재판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연합국에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이나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외교를 크게 왜곡시켰다. 특히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한마디의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냉전 이후, 일본은 경제·정치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군사력을 강화해 미국의 안전보장에 공헌하는 것으로 변화되었다. 미국의 대일정책을 이렇게 완전히 바꾼 데는 6·25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미국과 불평등조약을 맺은 일본의 최대 비극은 점령기 총리인 요시다 시게루가 독립 후에도 총리 자리에 연연하면서 미국을 계속 추종한 데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요시다에 대한 평가는 여러 이론이 있다. 미국은 일본에서 철수하면서 주변국과의 해결 불가능한 문제들을 남겨두었다. 러시아와는 북방영토 문제, 한국과는 독도 문제, 중국과는 센카쿠 제도 문제가 그것이다. 저자는 박정희의 암살에 미국의 입김이 있었다는 주장도 펼친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