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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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의 딜레마

노조 주말 특근 거부로 3만여대 생산 차질
해외 공장 증산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어
“국내 고용·투자 외면” 비판에 고민 깊어
현대·기아자동차가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구멍난 생산량을 어떻게 만회할지 고민에 빠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해외에서 대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7년 전 20%대였던 해외 생산물량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생산물량을 추월한 만큼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해외공장 증설이 해답이지만, 국내투자와 고용을 외면한다는 부정적 여론 탓에 현대기아차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특근거부’ 5주간 3만4000여대 차질”

1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후 주말특근 방식 합의 불발로 지난 5주간 3만4000여대 생산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국내 생산물량의 1% 수준이라서 주말특근만 재개되면 모든 문제는 일거에 해결된다. 다만 노사 합의가 지연되면 문제는 커진다. 생산차질이 계속되면 회사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 해답은 해외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이 해외 법인장들에게 구멍난 국내 생산물량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미국·러시아공장 ‘포화상태’…인도·터키·브라질로?

지난해 현대차 미국·러시아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112.9%와 112.2%에 달했다. 연간 총 52만대인 두 공장의 생산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33만여대를 생산한 기아차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106.5%, 29만여대를 생산한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률도 103.0%이다. 지난해 기아차와 현대차의 국내 공장 가동률도 각각 105.6%와 102.0%로, 생산능력을 높이지 않는 한 더 쥐어짤 곳이 없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공장은 현대차 인도·터키·브라질공장이다. 이들 공장의 가동률은 각각 99.8%, 87.0%, 95.6%였다.

세 지역 공장의 생산능력은 77만대가량인데, ‘풀가동’해도 2만대 분량만 더 확보할 수 있을 뿐이다. 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해외공장 증설’이 대안, ‘국내고용·투자 외면’ 비판 직면

업계 논리는 해외공장 증설이 정답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등으로 생산능력이 줄고 있고, 환율문제 등을 감안하면 새로운 해외공장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지역·시기별로 급변하는 환경 탓에 현지 반응을 빨리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지 공장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내 고용 확대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불보듯 뻔하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가 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을 게 뻔하다.

고용과 투자를 강조하는 새 정부 기조도 부담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것 때문에 늘 경제논리와 국민감정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