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가 한국 땅에 상륙한지도 2달이 넘었다. 그동안 깜찍한 소형차 ‘친퀘첸토’가 주목을 받느라 다른 차에 무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피아트가 들여온 또 다른 차, SUV ‘프리몬트 2.0 터보 디젤’을 시승했다.
지난 3월 피아트의 SUV 프리몬트를 만났다. 과연 이탈리아의 중형 SUV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증이 앞섰다. 하지만, 의외로 간단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같은 집안이다. 크라이슬러의 SUV에 피아트의 엔진을 얹었다. 크라이슬러 저니에 피아트의 다운사이징 2.0ℓ 디젤 터보 엔진을 올린 것이다.
이런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국내에서 크라이슬러 판매량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세단 300C가 그랬다. 외형은 미국차였지만 디젤 엔진은 피아트의 것을 사용했다. 똑같은 방식이 프리몬트에도 들어갔다.
전장×전폭×전고(㎜)가 4,910×1,870×1,740나 된다. 휠베이스도 2890㎜다. 어지간한 국산 중·대형 SUV와 비슷하다. 이 크기에 2.0ℓ 디젤 엔진을 결합했다. 그리 엄청난 다운사이징도 아니고 무난한 수준의 엔진이다. 제원표의 수치도 무난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11초가 걸린다. 복합연비는 11.5㎞/ℓ, 도심에선 9.9㎞/ℓ, 고속도로에선 14.3㎞/ℓ를 기록했다. 시승에서도 평균연비 9.9㎞/ℓ를 기록했다. 풀타임 4륜 구동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치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자 듬직한 차체가 반긴다. 승용 SUV가 인기를 끌며 점점 색채가 흐려지던 시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정통 SUV다. 널찍한 의자에 앉으면 불쑥 튀어나온 보닛이 보인다. 듬직한 스티어링휠을 잡고 시동 버튼을 누르면 갸르릉하는 디젤 엔진음이 들린다.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주차브레이크가 어색하다. 왼발의 풋레스트 자리에 발로 밟는 브레이크가 있다. 길게 나온 브레이크가 거슬린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모두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센터페이시아에 넓은 LCD화면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화면보다 아래로 한 단이 더 있다. 공조시스템을 비롯한 차량 상태가 화면에 펼쳐진다. 아래로는 단순한 다이얼이 위치했다. 다이얼을 선호하는 유럽 스타일과 터치화면이 대세인 미국 스타일의 조합이다.
서울 시내의 도로에서 차를 밟으니 4륜구동 SUV의 느낌이 살아난다. 승용 SUV와 다른 묵직함이다. 간선도로에서 흐름에 맞춰 달려보니 시속 80㎞/h 부근에서 엔진은 1800rpm을 유지한다. 도심에서 연비 효과도 있어 보인다. 고속주행을 이어가니 연비는 ℓ당 10㎞를 넘기며 올라간다. 달리기의 첫 인상은 듬직함이다. 그리 세련되지도, 유행을 따르지도 않지만 SUV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승용차와 다른 의자가 놓였다. 3열 좌석은 바닥으로 접히며 2열 역시 접어진다. 32가지 시트 배열을 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SUV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2열 시트에서 에어컨과 히터를 조절하도록 천정에 다이얼이 부착됐다.
정통 SUV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프리몬트지만 다소 높은 가격은 한국 시장과 격차가 있다. 이 차의 가격은 4990만원. 럭셔리 SUV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옵션과 마감이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이탈리안 감성과 디젤엔진으로 유명한 피아트와 정통 SUV의 명가 크라이슬러의 조합이라고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