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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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주식투자 외면… 활기 잃은 증시

신규투자자 유입 멈춰 최악 거래부진 ‘허덕’
젊은 세대 취업난·계약직 증가
소득감소로 투자할 엄두 못내
주식시장에서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취업난과 소득감소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주식시장 영향력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돈 없는 청년들이 주식투자는 꿈도 못 꾸다 보니 신규투자자 유입이 멈춘 주식시장이 최악의 거래부진에 허우적대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개인주주의 연령별 분포에서 20∼30대 투자자의 비중은 31.4%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36.7%에 비해 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특히 2007년 28.6%였던 30대 주식투자인구 비중은 2012년 24.6%로 4%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반해 2007년 31.5%였던 40대 주식투자인구 비중은 2012년 30.4%로 1.1%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07년 19.2%였던 50대 주식투자인구 비중은 23%로 오히려 4%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금융위기 이전 주식시장의 주류를 형성했던 30∼40대가 나이가 들면서 그대로 2012년의 40∼50대로 이동했을 뿐 주식시장에 신규투자자들의 유입이 멈춘 셈이다. 청년층이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청년층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이유는 취업난이 심화되고 계약직 비중이 커지면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하락하면서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도 동시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 기준 39세 이하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소득은 407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2%였던 것을 비춰볼 때 사실상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얘기다. 2인 이상 20∼30대 가구의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엥겔계수)도 2010년 12.3%에서 2012년 13.0%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주택관리비·월세 등 주거비의 비중(슈바베계수) 역시 같은 기간 9.9%에서 10.6%로 증가했다.

소득이 줄어들고 지출에서 식료품과 주거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다 보니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언제든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주식투자의 특성상 일정수준 이상의 안정된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의 침체로 곧장 연결되고 있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코스피시장의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3조9800억원으로 2007년의 5조5401억원보다 무려 28%나 줄었다. 최악의 거래부진을 겪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속수무책이다. 젊은층의 감소로 새로운 주식투자인구 창출이 어려워진 데다 설상가상으로 과거 주식투자를 했던 중장년층도 여유자금을 안전자산에 묻어두기를 선호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는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감이 드리워져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젊은이들도 주식보다는 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을 선호한다”며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증권가 불황은 끝없이 길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