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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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삶, 화끈한 신명…

입력 : 2013-04-17 23:59:02
수정 : 2013-04-17 23: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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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경남민속문화의 해 특별전’
“양반들의 행사가 나빠서 양반들 잡아먹으러 내려왔는데, 양반 아흔아홉을 잡아먹고 이제 하나를 잡아먹어 백을 채우면 하늘 끝을 사룡해 올라간다.” 

통영 오광대에 등장하는 ‘영노’가 양반을 향해 내뱉는 말이다. 신분제 사회 조선을 배경으로 했지만 오광대가 보여주는 양반을 향한 적대감은 적나라하다. 통영뿐 아니라 고성·가산·진주·창원 등 경남 전역에서 전승된 오광대는 이처럼 신랄한 사회비판과 지배층에 대한 조롱, 비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오광대는 연희가 끝나갈 무렵 대동놀이로 화해와 공존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7일부터 6월24일까지 개최하는 ‘경남민속문화의 해 특별전’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경남의 정체성은 오광대의 이런 정신에 닿아 있다. ‘끈질긴 삶과 화끈한 신명, 경상남도’란 전시 주제는 오광대가 보여주는 정신이다.

전시회에는 오광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탈들을 보여준다. 민속학자 송석하 선생이 1930년대 수집한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오광대탈이 전시됐다. 1960년대에 오광대 공연 장면을 찍은 희귀한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인 5월 4일에는 오광대 공연이 펼쳐진다.

오광대가 다는 아니다. 경남의 수려한 산세와 절경을 그린 진재 김윤겸의 ‘영남기행화첩’이 볼 만하다. 겸재 정선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12공방이라는 관납 수공업 체계가 성립된 후 전국적으로 고급 공예품 생산지로 이름이 높았던 통영의 자개원반·사각반·갓 등 명품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신랄한 사회비판과 지배층에 대한 조롱을 담아내는 오광대는 경남 민속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퇴계 이황과 더불어 경남을 좌우로 양분했던 대학자 남명 조식은 경남의 정신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남명의 제자로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이끌었던 곽재우의 장검(보물 제671호)에서 서슬 퍼런 기운을 느낄 수도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경남 사람들의 삶과,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경남의 다양한 민속문화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7년 이후 제주도를 시작으로 충북, 전남 등의 민속문화재를 소개해왔고 강원도, 경기도 대상 전시회도 내년 이후 예정하고 있다. 무료. (02)3704-3114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