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프로야구 최고령 사령탑이자 카리스마 승부사로 유명한 ‘코끼리’ 김응용(72·사진) 한화 감독의 눈물이 화제다.
한화는 지난 16일 NC에 6-4 역전승을 거두고 개막 13연패 사슬을 끊었다. 경기 후 TV 인터뷰에서 김 감독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지만 그의 눈물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그동안 경기 내용을 돌아보며 “울 만도 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눈물 논란은 일단락됐다.
한국시리즈 통산 10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 감독은 공개석상에서 단 한 번도 감격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김 감독은 초지일관 프로의 비정함으로 그 눈물을 애써 무시했다. 그러던 김 감독이 고작 정규리그 1승에 충혈된 눈을 만인에게 들킨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김 감독마저 변하게 만든 세월이 그래서 무섭다.
김 감독은 1983년 해태에서 감독을 시작했다. 이듬해 한국시리즈 첫 정상에 오른 이래 2004년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해태에서 9번, 삼성에서 1번 등 총 10차례 축배를 들고 당대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눈물이라는 감성이 2013년 김 감독을 상징하는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했다면 그전까지 김 감독의 상징은 ‘폭력’에 가까웠다.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김 감독의 폭력 제스처는 필요악이었다. 김 감독은 역대 감독 중 최다승(1477승)뿐만 아니라 역대 최다인 5차례 퇴장당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더그아웃에서 돌발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쓰레기통을 박차거나 의자를 집어던져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물론 김 감독이 늘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 득점 찬스에서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면 감독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성냥개비를 부러뜨려 그 잔해만 수북이 쌓일 때도 적지 않았다. 2001년 지휘봉을 잡은 삼성에서 대타 작전에 성공한 뒤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손뼉을 치던 장면이 아들뻘 선수들에게 발각돼 회자되기도 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사람들은 “감독님이 여린 성품을 감추고자 오히려 위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김 감독이 올해 한화에 부임한 뒤 개막 13연패에 빠지자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은 호화멤버 덕분이었다며 그동안의 업적을 폄하하기도 했다. 그만큼 김 감독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으로 갈리는 상황이나 현재 최고령 김 감독이 흘린 눈물이 야구팬에게 색다르게 다가온 것만큼은 분명하다.
남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