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러시아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교섭을 재개한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영토교섭 협상에서는 장애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 크레믈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영토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재개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2003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러 이후 10년 만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67년이 지났지만 러·일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는 데 인식이 일치했다”며 “쌍방이 수용가능한 해결책을 만들 협상을 가속화하도록 자국의 외무성에 지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합의는 러·일 정상회담의 큰 성과”라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이에 대해 “영토교섭 재개를 공동성명에 담은 것으로,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양국 정상의 의지를 분명히 한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크레믈궁은 “평화조약 협상은 러·일 관계 발전과 보조를 함께하면서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결정을 찾기 위해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논평했다.
쿠릴 4개섬 교섭협상은 1956년 10월 당시 소련이 쿠릴 4개섬(에토로후섬, 구나시리섬, 시코탄섬, 하보마이 군도) 중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섬을 평화조약 체결 후에 일본에 반환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일본 측이 4개섬 일괄 반환을 주장하면서 고이즈미 총리 시절부터 논의가 중단됐다.
다만 양국은 “1956년 소·일 공동선언 등 지금까지 채택된 합의에 따라 진행한다”고 합의해 구체적인 교섭에선 난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즉 러시아 측이 시코탄섬과 하보마이 군도의 반환 이상의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은 또 정상급 회담을 포함한 정치 대화를 강화하고, 외교·국방 장관회담(일명 2+2회의)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극동 시베리아 등지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문화·스포츠 분야의 인적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반도 핵문제에 대해 양국은 정치·외교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 호소에 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6자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후 경제통상, 투자,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부 및 기업 간 협력협정도 체결했다. 아베 총리의 방러에는 일본 기업인 120여명이 동행했다.
일본 언론과 외신은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각각 대규모 투자기금과 쿠릴열도 협상 재개라는 ‘선물’을 주고 받았으며, 안보협력 강화로 중국 견제라는 공통된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10년 만에 日 총리 러 방문…평화조약 체결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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