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폴크스바겐이 소형 해치백 ‘폴로’를 내놨다. 가격은 파격적인 2490만원이다. 독일차 가운데 가장 저렴하고 수입차 가운데도 2260만원의 닛산 큐브나 2590만원의 도요타 코롤라와 엇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폴로는 1.6ℓ 디젤엔진이다. 여기에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더해서 주행성능과 연비는 뛰어나다. 그래서 폴크스바겐은 “재미있는 차”로 개념을 정하고 판매에 나섰다. 시승도 재미있게 좁은 코스를 달리는 ‘짐카나’로 시작해 경기도 일대를 돌아오는 약 90㎞ 구간에서 이뤄졌다.
지난 24일 잠실 탄천 카트장에서 폴로의 시승행사가 시작됐다. 카트로 달리는 좁은 서킷을 폴로를 타고 달린다. 짧은 커브를 연발 공략해야하는 카트장에서 폴로는 제법 잘 어울린다. 작은 차 미니보다 불과 25cm, 경차 모닝보다 40cm 길다. 현대의 소형 해치백 엑센트 보다 14.5cm 짧다. 다시 말해 작은 차다.
여기에 90마력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더했다. 4개의 도어를 갖춘 5인승 해치백이다. 뒷좌석도 그리 좁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공인연비는 복합 18.3㎞/ℓ가 나온다. 가장 큰 장점이다.
▲ 연비 위주의 달리기 성능, 디젤차의 특성 그대로
올림픽대로를 타고 남양주로 향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 일반국도가 이어지는 길이다. 폴로의 특징인 연비와 달리기 성능을 점검할 수 있는 코스다. 먼저, 연비는 두말할 나위 없다. 막히지 않는 길에서 어지간히 운전하면 공인연비 18㎞/ℓ를 넘어선 결과가 나온다. 엔진 회전수를 올리지 않고 디젤 엔진의 토크를 사용해 빠른 변속을 이어나가면 20㎞/ℓ대의 연비도 쉽게 뽑아낼 수 있다. 골프에 비해 출력을 낮춘 모델이지만 일상적인 주행에 무리는 없다. 차체가 가볍고 작기 때문이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약 12초 가까이 걸려야 시속 100㎞/h에 도달한다. 무난한 성능이지만 디젤 엔진의 힘이 느껴져 실제로는 더 빠른 것처럼 생각된다. 최대토크가 1500rpm∼2500rpm에서 23.5㎏·m가 나온다. 토크만 본다면 가솔린 2.0ℓ 급이다. 고속주행 연비를 가늠할 수 있는 시속 100㎞/h의 엔진회전수는 2100rpm가까이 된다. 변속은 가솔린 세단보다 한 박자 빠르다. 연비를 위한 세팅이다. 소음이나 진동은 무난한 수준. 조용하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실내 역시 넉넉한 공간은 아니기에 안락한 승차감과는 거리가 있다. 시트와 다리공간 등 대부분이 작다. 키 180cm 가량의 성인 남성은 앞·뒤로 같이 타기 힘들다.
▲ 2490만원, 독일차 최저가…상품성은 의문
실내는 간결하다. 내비게이션도 기본장착하지 않았고 시트는 직물이다. 그다지 필요하진 않지만 전동시트도 아니다. 에어컨을 비롯한 공조시스템 역시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맞춰야 한다. 어지간한 시스템은 손으로 조작하는 셈이다. 썬루프는 없다. 여러 가지 편의사양들이 제외됐고 최근 필수로 사용하는 USB 단자 역시 빠졌다. 스마트폰과 오디오는 연결할 수 없고 충전을 위해서도 별도의 시거잭 제품을 구입해야한다.
많은 옵션을 뒤로하고 폴크스바겐코리아는 가격을 낮췄다. 자칫 가격을 높이다가는 바로 위 모델 ‘골프’와 간섭을 우려해서다. 가장 저렴한 골프 1.6 TDI 블루모션과는 공식적으로 620만원 차이지만 최근엔 7세대 출시를 앞두고 있어 가격 할인폭까지 고려하면 변별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부족한 상품성을 외형 꾸미기로 보충했다. 외형을 보다 날렵하게 바꿔주는 R-Line 튜닝킷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16인치 휠과 스테인리스 머플러팁, LED 번호판 등을 추가했다. 앞·뒤 범퍼가 날렵한 모습으로 변했다. 또, 유로 NCAP에서 별 5개를 받으며 안전성 역시 합격점을 받았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골프와 국산차 사이에서 신경 쓴 구성이지만 폴로의 상품성에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국산 소형 해치백보다 작은 차체에 미니와 같은 독특한 매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피아트 500의 깜찍한 외모도 없다. 다시 말하면 독특한 매력이거나, 합리적인 가격과 같은 확실한 포인트가 없다. 사실 2000만원대 수입차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닛산 큐브가 출시 후 몇 달간 반짝 호응을 얻은 이후로 지지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고 도요타의 코롤라 역시 국산 준중형차에 밀려 사라졌다. 다만, 가격은 비싸도 독특한 캐릭터를 갖춘 미니 쿠퍼 정도가 선방하고 있고 아직은 초기지만 피아트 500도 고전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7세대 골프 출시를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 폴로가 국내에서 얼마나 팔릴지는 의문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올해 1500대∼2000대의 물량을 수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