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는 독특한 지형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위가 버섯 모양처럼 생겨서 사람들이 그곳에서 생활을 한 거대한 자연의 마을이다. 지금은 그 바위 집에 사람이 살지 않지만, 바위 동굴 안에 여행자용 숙소를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바위 동굴 안의 숙소는 여행 중 묵은 가장 재미난 숙소 중 하나다. 진짜 동굴 안에 침대를 몇 개 갖다 놓고 여행자용 숙소를 만들었는데,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어느 곳에서는 물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진짜 동굴스럽다고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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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 카파도키아의 풍경. 바위를 뚫거나 깎아서 만든 기이한 형태의 집들이 계곡을 이루고 있다. |
알리의 딸 ‘니메즈’는 여섯 살배기 귀여운 아이다. 알리의 꿈 중 하나가 바로 이 아이다. 니메즈는 아침이면 여행자용 숙소의 내 방에 들어와 나를 깨우곤 했다. 내 손을 잡고 나가 동네를 함께 돌아다닌다. 놓치는 것 하나 없이 꼼꼼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영어를 못하는 니메즈는 터키어로 말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언어는 대화를 하게 해주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닭이 지나가면 닭에 대해 이야기하고,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면 그 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니메즈는 자기네 엄마가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팔찌를 내 팔에 채워줬다. 엄마에게 돈을 지불하려고 했지만 그녀 역시 그냥 ‘선물’이라고 말한다. 낮에는 꼬마 니메즈와 놀고 저녁이 되면 니메즈의 아빠이자 나의 친구인 알리와 동네를 다닌다. 한 번은 클럽에도 갔었는데 그 풍경이 우리나라 나이트클럽과 비슷해서 재미도 있고 1990년대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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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파도키아에서 우연히 만나 사귄 친구 알리의 딸 니메즈. 이 여섯 살배기 꼬마와 비록 말은 안 통했지만 마음과 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
마을 뒷동산에 올라 보는 풍경이 아니고 정말로 산 정상에 올라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까지 가려면 한참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왜냐면 가는 곳마다 신비스러운 바위들이 즐비해 볼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표 한 장을 주웠는데 내가 가는 목적지인 ‘선셋포인트’(일몰 관람지)라는 곳의 입장권이다. 그 입장권이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통했다. 선셋포인트에 올라 바라보면 마을 뒷동산에서 본 풍경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거대한 자연과 장엄한 풍경이 나를 압도한다. ‘내가 작아지는 기쁨’을 선사하는 곳이다. 거룩한 자연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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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파도키아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붉은 노을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
힘들고 지쳐 일단 타긴 했지만 무턱대고 안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자 혼자 타고 가는 차였으면 괜찮겠지만 남자 두 명한테 신경이 쓰인다. 우선 나는 괴레메까지 가는 길을 모른다. 더욱이 어두운 밤이고 모든 상황이 나한테 불리하다. 그런 긴장 속에서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조금은 경계가 풀렸다. 하지만 괴레메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이들과 친해진 것은 이때부터였다. 괴레메에 살지도 않는 세 남녀는 나를 무사히 데려다 준 것으로도 모자라 함께 와인을 파는 집에 들어갔다. 와인과 물담배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일행 가운데 한 남자는 직업이 교사이고 나머지는 그의 친구들이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긴 밤이 흘러갔다.
다시 아침이 밝았다. 여행자들 속에 섞여 나는 다시 여행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몇몇 사람들과 함께 차를 빌려 카파도키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내가 있던 마을은 카파도키아 내의 작은 마을 괴레메였는데 카파도키아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 도시였다. ‘록타운(Rock Town·바위 마을)’이라고 적힌 지도 한 장을 들고 그 바위들을 찾아 떠난다. 바다도 보고, 육지 거북이도 만나고, 멋진 계곡도 구경하고, 성곽을 지나 돌아온다. 카파도키아에서의 하루가 제대로 끝나려면 노을을 꼭 봐야 한다. 어디서 보든 멋진 광경을 선사하는 노을로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한다.
강주미 여행작가·‘중동을 여행하다’ 저자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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