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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부족의 삶에서 인류 내일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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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
전통 생활방식에서 해법 찾아
미래사회 종교의 역할도 강조
어제까지의 세계-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2만9000원

인류는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발전하는지 끝없이 연구하면서 고민한다. 개개인은 더욱 행복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발버둥치지만 삶은 그리 나아지진 않고 있다. 유엔과 국제금융기구 등은 거대 조직을 만들어 인류 평화를 모색한다지만 세계 복지는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이다. 페스트나 콜레라 등 전염성 질병이 인류를 괴롭혔으나 이젠 당뇨 고혈압 등 비전염성 질병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훨씬 더 고통스럽게 한다.

인류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밝힐 등대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명저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로 퓰리처 상을 받은 미 UCLA 교수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전통사회에서 그 해법을 찾는다. 다이아몬드는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를 10년의 시간을 들여 집필하고, 해박한 지식을 동원해 인류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금세기 최고의 문화인류학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저자의 독특한 해법이 돋보이는 책이다.

50년간 인류 문명의 궤적을 추적한 저자는 전통 사회를 ‘어제의 세계’라고 했다. 그는 인류 삶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남태평양의 뉴기니섬에서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까지 누볐다.

“1964년부터 뉴기니섬을 찾은 이유는 600만년 인류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곳에는 중앙 정부도 없고, 법정도 없다. 현재의 인류 삶의 방식과는 매우 다른 전통 사회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들은 분쟁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며, 위험에 대해 다른 태도들을 취했다. 아이들을 다른 방식으로 키우며, 노인들을 다르게 대우했고, 건강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달랐다. 그 방식들 중 어떤 것들은 나를 소름끼치게 했지만 그것들 중 어떤 것들은 매우 훌륭하고 현대세계에 적용할 만한 본보기들이 적지 않았다.”

전통 부족 사회에서부터 현세까지 인류문명사를 조망하는 다이아몬드의 글 가운데에는 원시 부족의 야만성을 지적하는 대목도 적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전통사회에서 인류의 내일을 발견하고 현대의 삶의 방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시사한다.

저자는 전통 사회를 수만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라고 했다. 국어사전에서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라 했고, 영영사전은 ‘변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존재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전통 사회는 융합적 사회였다고 한다. 근래에 융합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세분화된 사회에서 오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나무만 보지 말고 숲까지 보자는 말이다. 융합적인 시각에서 전통사회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혜안과 지식이 번뜩인다.

파푸아 뉴기니섬 고원 지대 부족민들이 1963년 서양인과 맨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김영사 제공
그는 종교의 미래를 중요시한다. “종교는 인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세계가 빈곤의 늪에서 계속 허덕이고, 세계 경제와 생활수준 및 평화가 악화된다면, 종교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비전염성 질병에서 신음하는 인류의 미래를 안타까워한다.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당뇨병·심장마비·암 등 질병이다. 첨단 문명 사회라고 자부하는 현대 세계에 살아가는 인류는 비전염성 질병인 당뇨병·고혈압·뇌졸중·심장마비·암 등으로 죽어간다. 이런 질병들은 전통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무척 드물었거나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뉴기니 등 전통사회도 서구화된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고 10∼20년이 지난 후 비만과 당뇨병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생활방식은 왜 뉴기니인들을 비전염성 질병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을까. 저자는 이런 질병이 신흥개발국이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더욱 확산될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탄식한다. 저자는 전통 사회로 되돌아가는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이런 질병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언어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가급적 2개 이상의 언어 사용을 권장한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각적 인지가 가능하며, 오랫동안 인지 능력을 유지한다는 것. 언어의 다양성이 개인과 사회에 유리하고 창의성을 배가시켜준다고 조언한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