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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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낙제생이 하버드大에서 강연하다니…"

싸이 14년만에 보스턴 찾아 특강
학창시절 방황 농담으로 풀어내
“강남스타일 성공은 사고같은 일”
“14년 만에 보스턴에 돌아와 하버드대에서 강연하다니, 거 참 기분 이상하네요.”

국제가수로 자리 잡은 가수 싸이가 재치 있는 입담과 진솔한 이야기로 하버드대학교 캠퍼스를 사로잡았다. 싸이는 9일(현지시간) 학생 등 1000여명의 뜨거운 환호 속에 하버드대 메모리얼 교회에 등장해 가수로서의 도전 과정, 음악관, ‘강남스타일’ 성공 뒷얘기 등을 영어로 강연했다. 싸이는 1996∼2000년 미국에 머물며 보스턴대와 버클리음대에서 공부했다. 그는 학창 시절을 보낸 곳에 돌아온 소감을 “이상하다(weird)”고 표현했다.

“14년 만에 돌아와 하버드대에서 강연하게 될 줄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그래서 삶이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싸이는 학창 시절 방황과 음악인으로서 길을 찾기까지의 이야기를 여유 있는 태도와 유쾌한 농담으로 풀어냈다. 보스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버클리음대로 옮긴 그는 “대학 시절 내 별명은 ‘WWF’였다. (수업을) 철회하고(Withdrawal) 또 철회하고 낙제(Fail)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에 대해서는 사고(accident)라고 표현했다. 싸이는 “이는 사고 같은 일이었고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한국어를 모르면서 내 노래와 공연을 즐긴다는 사실이 기쁘고 놀랍다”며 “언어를 넘어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음악과 재미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최고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수로서 살아온 지난 13년간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연의 사회를 맡은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석좌교수(한국학)는 “이제 한국 팝 음악은 한국 현대사에서 정부나 민주화만큼이나 큰 의미를 지닌다”며 “싸이는 현대사회의 글로벌 디지털 문화를 뒤흔든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