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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화가 김현정의 그림토크]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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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같이 짧은 인생…‘현재’를 그리다
해가 갈수록 봄이 짧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라일락, 철쭉이 어느새 피고 지고 있다. 1년을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서로에게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느낌이다. 봄비가 내리고 새잎이 돋고, 바람이 불고 꽃이 졌다. 어느 날 파란 하늘 아래, 꽃 봉우리부터 땅바닥에 떨어진 꽃잎까지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옛 화가들의 그림 속에서 봤던 봄기운을 다시 불러내고 싶다.

나는 봄이 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가 아닌, 사색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던 존 키팅 선생님(Mr. John Keating)이다.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바로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다. ‘현재를 즐겨라’는 것이다. 너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순수한 자유의지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김현정의 ‘봄’(니금지에 채색).
나 또한 무엇을 하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고 싶었다. 항상 마음뿐이었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록 어둡고 확실치 않은 길일지라도 나만의 눈으로 어두운 길을 헤쳐 나오고 싶었다. 봄이 오면 마치 한동안 까맣게 잊었던 약속이라도 생각난 듯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은 나를 들뜨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력감에 힘이 들었다.

나는 개인 심리 상담을 선호했다. 집단 상담에는 왠지 거부감이 있었다. 어떻게 나의 내밀한 이야기를 남 앞에서 서슴없이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신문에 칼럼 연재가 결정이 난 후, 나는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 진솔한 글쓰기를 위해, 두려웠지만 집단 상담과정을 통해 처음 만난 낯선 이들에게 나를 보여 주기로 했다.

집단 상담은 12명 정도 참여했다.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나’를 넘어,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여러 가지 면을 보게 되었다.

집단 상담 중 참석자 모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면서 서로를 치료하는 경험을 가졌다. 한 사람의 이야기 앞에 서로가 배우이자 관객이 된 것이다. 현실 속에서 골치 아픈 문제로만 여겨졌던 것들이 매력적인 느낌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집단 상담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어빈 옐롬(Irvin D. Yalom·1931∼) 박사는 이를 가리켜 “집단 치료에 참여한 사람들은 암암리에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되는데, 이는 우리가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대상)에게 몰입할 때 얻는 파생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어린아이들은 현재를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어린 시절은 봄을 닮았다. 짧아서 소중한 봄날을 기억하고 싶다. 나는 중국 황실에서 황제가 썼다는 귀한 금색종이(니금지·泥金紙)에 자목련과 어린 여자아이의 봄을 그려보았다. 나는 랄라와 함께 마치 처음 맞는 봄날처럼,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을 새롭게 느끼고 싶다.

www.kimhyunjungta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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